통계자료 활용한 제품 ‘100% 대박’

입력 2010-07-18 18:34


쌀소비·외식비 감소에 착안 탁주와 직화오븐, 스포츠 활동 증가추세 맞춘 아웃도어…

기아자동차는 지난해 중형세단인 K5의 출시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경쟁사를 이기기 위한 차별적인 전략이 필요해서였다. 기아차의 마케팅 담당자들은 자동차 구매 연령층 등의 통계자료를 찾아봤다. 기존의 중형세단은 젊은 층이 첫 차로 구매하기엔 다소 부담스럽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중 가구주 연령대별 자동차 구입비용 조사 결과는 달랐다. 30대의 자동차 구입비용이 꾸준히 늘고 있었다. 담당자들은 K5의 타깃층을 30대에 맞추고 그 특성에 맞게 편의와 디자인을 강조하기로 했다. 결국 K5는 돌풍을 일으켰다. 기아차 관계자는 “실제 통계조사 결과를 적극적으로 마케팅에 활용해 성공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통계자료를 적절히 이용해 사회변화와 소비자의 마음을 읽은 대박상품이 줄을 잇고 있다. 18일 통계청의 ‘2010 상반기 히트상품 속 통계열전’ 자료에 따르면 막걸리, 자동차, 자전거 용품 등 올 상반기 히트를 친 제품의 탄생 비결을 조사해보니 그 뒤엔 ‘통계의 힘 활용’이란 요인이 있었다.

통계청은 지난해 막걸리 출하량은 20만㎘로 전년 대비 48.3% 증가했으며 올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무려 127%나 성장했다고 발표했다. 지금까지 막걸리는 대부분 중국 등에서 들여온 수입쌀을 이용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원료의 가격이 우리 쌀보다 쌌기 때문이다. 그러나 ‘참살이탁주’는 이 통계를 바탕으로 국내 쌀 소비량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재고량이 늘어 정부가 막걸리로 쓰이는 쌀 가격을 인하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참살이탁주의 판매량은 지난해 전년 대비 무려 10배 이상 급증했다.

올해 1∼5월 GS샵에서만 18만개가 팔려 조리기구 부문 1위를 기록한 ‘해피콜 직화오븐’도 비슷한 사례다. 이 제품은 재료를 뒤집지 않아도 위, 아래로 구워주는 기능의 조리기구. 아이디어의 시작은 ‘외식비 지출이 줄어들고, 가사 일을 돕는 남성 수는 증가한다’는 통계였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소비지출 중 외식비 비중이 2004년 14.0%에서 지난해 12.8%로 줄었다. 전용규 해피콜 이사는 “통계 자료를 통해 최근 많은 가구가 외식을 줄이고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해 제품을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상반기 아웃도어 시장에서 스포츠·레저 활동 관련 상품이 큰 인기를 끌었다. 이 또한 ‘여가생활에서 TV시청은 줄고 스포츠 활동이 늘었고, 자전거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통계에 주목한 마케팅관계자들의 밝은 눈이 작용했다. 자전거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는 추세이므로 관련 용품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이었다. 지난 3월 출시된 코오롱스포츠의 ‘기본형 경량 바람막이 재킷’은 6월 20일까지 1만9000여장이 판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또한 저택이나 리조트, 게스트 하우스를 빌려 하객을 초대해 파티 형식으로 치르는 결혼식을 대행해주는 창업 업체들은 30대 여성들의 니즈(필요)를 참고했다. 지난해 여성의 평균 초혼 연령은 28.7세로 전년보다 0.4세, 10년 전보다는 2.4세 높아지는 등 여성들의 결혼이 늦어지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 30대 여성들은 경제력을 어느 정도 갖고 있고, 남들과 차별화된 결혼식을 원할 것이라는 판단이었는데 이것은 적중했다. 이유미 B&G하우스웨딩 대표는 “점차 결혼하는 여성의 나이가 늦어지고 있다는 다양한 통계 자료를 확인하고 성공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창업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