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경동교회 의료봉사단 ‘선한이웃 클리닉’… 외국인 노동자 200여명 보살피다

입력 2010-07-18 19:20


“몸이 너무 아파서 왔어요. 일이 너무 힘들어 허리, 무릎 안 아픈 곳이 없었는데 무료로 진료를 해주니 정말 고마운 마음뿐이에요.”

국민일보와 굿피플이 18일 주최한 제946차 사랑의 의료봉사 행사장을 찾은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 바울(39)씨는 연방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서울 장충동 경동교회에서 열린 의료봉사 현장에서 만난 그는 1999년 3월 입국해 양계장 등을 떠돌다가 2004년부터 서울 수색동 한 거울공장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오전 8시부터 시작한 일이 끝나는 시간은 보통 오후 7시 무렵. 하루 11시간 가까운 중노동을 수년째 하다보니 몸 이곳저곳에 성한 곳이 없다는 게 바울씨의 설명이었다.

그는 “몸이 아파도 외국인 노동자들은 병원비 때문에 일반 병원에 가기 힘들다”며 “친구 소개로 이런 행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아무 대가 없이 도와주는 분들이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행사장은 진료 시작 전부터 모여든 외국인 노동자 200여명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내과, 외과, 피부과, 가정의학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의 의사와 간호사, 임상병리사 20여명이 진료에 참여했다. 행사를 주관한 경동교회 의료봉사단 ‘선한이웃 클리닉’ 소속 자원봉사자 100여명도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은 진료를 기다리는 사람의 접수를 돕고 빵과 음료도 제공하며 나눔의 뜻을 실천했다. 외국인 노동자들은 자원봉사자의 안내를 받으며 교회 건물 곳곳에 마련된 진료실에서 진찰을 받았다.

중국 헤이룽장성 출신 동포로 2000년 3월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는 김인순(57·여)씨는 외국인 노동자를 가리키며 “남의 나라에 와서 눈치 보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안쓰럽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이어 “서울 황학동 식당에서 하루 종일 주방일을 하다보니 손목이나 허리가 너무 아프다. 하지만 휴일인데도 아픈 우리를 고쳐주겠다고 교회에 모인 의사 선생님들을 보니 정말 힘이 난다”고 기뻐했다.

김씨와 같은 지역에서 온 이금순(47·여)씨는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남편이 한 달 전부터 주먹을 못 쥘 만큼 손이 아픈데도 병원에 갈 수 없었다”며 “진료비 걱정 없이 진찰을 받을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했다.

선한이웃 클리닉 최종학(59) 부소장은 “이런 기회를 통해 예수님의 사랑이 외국인 노동자의 마음속에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