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애리조나 사막은 밀입국자들 무덤?
입력 2010-07-18 18:55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밀입국자들에겐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애리조나 사막이 강경한 애리조나주 이민법에 앞서 거대한 죽음의 장벽이 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40명 사망=7월 들어 지난 15일까지 멕시코에서 애리조나 사막을 건너 몰래 미국에 들어오려다 숨진 사람만 40명으로 확인됐다고 17일 AP통신이 보도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0년 이후 월 단위로 최대 기록인 2005년 7월의 68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올 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사망자를 합치면 총 134명이나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망자 93명을 크게 웃돈다. 2008년 같은 기간 동안에는 102명이 숨진 바 있고, 2007년에는 140명이 애리조나 사막에서 사망했다.
특히 애리조나주 피마 카운티에 있는 투손시의 남서부 사막 지역에 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곳은 사막지대인 데다 험준한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밀입국자들의 주요 루트로 이용되고 있지만 그만큼 사고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피마 카운티의 검시관인 브루스 팍스 박사는 이달 들어 애리조나 사막의 기온이 예년보다 높은 점이 주요 사망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밤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으면서 인체가 낮 동안 받은 열을 완전히 식히지 못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미 국립기상청(NWS)도 이달 중순까지 애리조나 사막 지역의 평균 밤 최저기온이 역사상 가장 높았다고 밝혔다.
반대로 겨울에는 사막 지역임에도 유독 비가 많이 내려 밀입국자들이 저체온증으로 숨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경 경비가 삼엄해지면서 밀입국자들이 더욱 험한 코스를 선택하고 있는 점도 사망자를 늘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불법 이민 관련법 급증=밀입국자들은 죽음의 애리조나 사막을 건너는 데 성공한 후에는 더 큰 현실의 장벽과 맞닥뜨려야 한다. 애리조나주는 불법 체류를 범죄로 규정하고, 불법 이민자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경우 지역 경찰이 이를 단속하도록 하는 내용의 새 이민법을 29일부터 시행한다.
애리조나 이민법뿐만 아니라 다른 주에서도 이민 관련법이나 규정이 수없이 생겨나고 있어 밀입국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미국 주의회전국회의(NCSL)에 따르면 주정부가 제정한 이민 관련법과 규정은 2005년 32개에서 지난해 333개로 급증했다. 또 올해 1분기 각 주 의회에는 1000건 이상의 이민 관련 법안과 결의안이 상정됐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보도했다.
많은 주가 갑자기 늘어난 이민자들에 대해 어떻게 대처할지를 고민하게 되면서 주 단위에서 이민 관련 입법 조치들이 증가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존 왓킨스 버지니아 주 상원의원은 이 같은 흐름에 대해 “연방정부가 이민정책 관련 책임을 회피해 왔기 때문에 주정부들이 아우성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