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편향 KTX 울산역(통도사) 명칭 폐기해야”

입력 2010-07-18 18:06

기독교 비상대책위 “관할 울주군 의견 묵살… 시민 홍보도 안돼”

KTX 서울역 간판에 ‘서울역(여의도순복음교회)’라고 붙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좀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비슷한 일이 울산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는 11월 초 문을 여는 경부고속철도 2단계 울산역 명칭 옆에 ‘통도사’가 붙으면서 말이다. 즉 ‘울산역(통도사)’이 된다는 말이다.

KTX 울산역(통도사) 명칭폐기 울산기독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 심광민 위원장은 “역명 선정위원회가 공모를 통해 가장 많은 득표가 나온 울산역을 배제하고 ‘울산역(통도사)’을 선택한 것은 분명한 잘못”이라며 “불필요한 종교 간 갈등을 야기한 것을 사과하고 역명을 바꾸라”고 주장했다.

심 위원장은 “기존 KTX 역이나 신설 예정 역의 경우 인접 지명을 표기한 것은 있어도 특정 종교나 문화재명을 넣은 곳은 찾을 수 없다”면서 “더군다나 통도사는 울산이 아닌 양산에 있는 사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양산을 고려했다면 KTX ‘천안·아산역’처럼 하면 되는 것이지 종교편향 비난을 무릅쓰고 사찰 명칭을 넣은 배경이 뭐냐”고 반문했다.

비대위는 관할 관청인 울주군의 의견을 묵살했으며, 한국철도공사 통보 전에 시민을 상대로 충분한 홍보와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반대 서명을 받고 있으며 19일 서울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한 뒤 한국철도공사와 국토해양부, 청와대에 항의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울산시는 울산 문화를 브랜드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 관계자는 “역 명칭은 역세권 개발과 고속철도 이용자 증가, 경상남도와 양산시의 요청 등을 고려한 역명자문위원회의 결정”이라면서 “사찰명은 고속도로 톨게이트나 전철역에도 보편적으로 쓰인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조만간 한국철도공사에서 역명심의위원회를 열고 그 결과에 따라 국토해양부가 고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