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이민자 청년 소요 … 폭동 재연되나
입력 2010-07-18 19:08
프랑스 남동부 그르노블에서 20대 무슬림 이민자 청년이 강도 혐의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면서 이민자 청년들이 자동차를 불태우는 등 격렬하게 항의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프랑스 정부는 지난 2005년 프랑스를 휩쓸었던 이민자 폭동사태가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AFP통신 등 외신은 그르노블 교외 빈민가에서 17일(현지시간) 청소년들이 자동차와 상점에 불을 지르고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는 소요사태가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그르노블 교외 위리아주-레-뱅 카지노에서 2만∼4만 유로를 강탈한 혐의를 받던 카림 부두다(27)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진 데서 촉발됐다. 30여명의 청년들은 부두다의 추도식에 참석한 뒤 야구방망이와 쇠몽둥이 등 흉기로 무장하고 교외 빈민가 빌뇌브 지역을 운행하던 노변 전차를 습격했다. 이들은 전차에 타고 있던 승객들을 강제로 내리게 하기도 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승객 안전을 위해 최루탄을 쏘며 제압에 나섰다. 하지만 젊은이들 중 일부는 다음날 새벽까지 길거리의 차량 60여대와 상점에 불을 지르며 저항했다. 시위 젊은이 중 1명이 경찰을 향해 총기를 발사하면서 양측 사이에 총격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최근 그르노블 지역에선 폭력 사태가 증가하고 있다. 그로노블 지역 경찰 간부인 대니얼 쇼메씨는 “경찰이 한계에 봉착해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 지역을 ‘까다로운 지역(difficult zone)’으로 분류하고 인력 증원을 요청한 상태다.
사태 발생 직후 브리스 오르트푀 내무장관은 현장을 방문해 사건 경위를 보고받고 조속한 질서 회복을 약속했다.
프랑스 정부가 기민한 대응에 나선 것은 이번 충돌 사태가 2005년 11월 파리 북부 교외 지역에서 발발한 이민자 폭동 사태와 비슷한 양상으로 확대될 것을 우려한 때문이다. 당시 파리 북부 클리시-수-부아에서 이민자 청소년 2명이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중 감전 사고로 숨지면서 인종차별과 실업 등으로 불만이 고조돼 있던 이민사회가 폭발했다. 두 달간 300여채의 건물과 1만여대의 차량이 불타는 등 혼란이 계속됐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