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환율… 해외 송금 시기 잡기 난감

입력 2010-07-18 19:20


대기업 부장 A씨(50)는 대학생인 아들의 유학비만 생각하면 골치가 아프다. A씨는 지난해 1월 아들을 미국으로 유학보낸 뒤 원·달러 환율이 당분간 떨어질(원화가치는 상승)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올 들어 환율이 롤러코스터처럼 움직이면서 송금 시기를 번번이 놓치고 있다. A씨는 “큰 폭의 경상수지 흑자 등으로 인해 5월쯤엔 원·달러 환율이 1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질 줄 알았는데, 반대로 급등해 송금을 미루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올 상반기 환율 변동성이 크게 높아지면서 유학연수비와 국내재산반출 등 국내거주자가 해외로 보내는 돈의 액수도 매달 큰 폭의 등락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주체들이 해외 송금 타이밍을 잡는 데 애를 먹고 있다는 얘기다.

18일 한국은행 국제수지 통계에 따르면 올 들어 해외유학연수비용 지급액은 매월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1월에 4억7500만 달러가 지급된 해외 유학연수비용은 2월에는 3억410만 달러로 1억7000만 달러나 줄었다. 그러다가 3월 3억7500만 달러, 4월 3억6510만 달러로 잠시 뛰다가 5월에는 2억6060만 달러로 급락했다. 해외유학연수비가 이렇게 움직이는 것은 널뛰기를 하는 환율 때문이다.

1월 평균 1138.8원(종가기준)으로 시작했던 올 환율은 2월에는 1156.8원으로 상승한 뒤 4월에는 평균 1115.7원까지 급락했다. 하지만 5월(1168.4원)에는 전달보다 무려 50원 이상 오르는 등 방향성을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결국 환율이 오르내릴 때마다 이를 이용하려는 송금자의 눈치작전이 심해지면서 유학연수비용의 높낮이가 들쭉날쭉해진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올해 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벗어나 원화가치가 강세를 띨 것으로 예측됐으나 4월 이후 유럽발 재정위기 우려 등으로 환율이 다시 오르면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재산을 팔아 해외로 가져가려는 사람들도 환율 움직임에 속을 썩이기는 마찬가지다. 국내재산 반출액은 올 1월 1억3060만 달러에서 2월 9330만 달러로 떨어졌다가 4월에는 1년9개월 만에 최대치(1억835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5월에는 9270만 달러로 반토막이 났다. 원화가치가 오르면 재산을 팔고 외화로 바꿔 나가는 경우가 많은데 원화가 냉온을 반복하자 재산반출도 같은 행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환율은 5월에 이어 6월에는 평균 1214원까지 뛰었다가 7월에는 한은의 금리인상 등의 영향으로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다. 해외송금을 해야 할 사람들의 걱정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