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 운영에 총리 교체가 능사인가
입력 2010-07-18 17:16
여권 개편 작업의 마무리가 될 개각과 관련해 정운찬 총리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다. 정 총리는 6·2 지방선거 직후부터 사퇴 의사를 표명해 왔다. 한나라당의 지방선거 참패와 세종시 수정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것이다. 여권 일각에서도 정 총리 책임론을 들어 총리 교체 쪽으로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총리 교체는 개각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에 국면전환용으로 자주 사용돼온 카드다. 그러다 보니 정 총리 전임자까지 역대 총리 39명의 평균 재임기간이 1년4개월에 불과하다. 정 총리가 이번에 교체되면 10개월의 단명 총리가 돼 역대 총리의 평균 재임 기록은 더 줄어들게 된다.
여권의 지방선거 참패 원인이 세종시 문제에만 있는 게 아니다. 세종시 수정안으로 인해 충청권 등의 민심을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보다 근본적 원인은 독단적인 국정 운영에 대한 여론 악화에 있다. 정 총리가 세종시 수정안을 주도했다고 해서 총리 교체로 민심이 되돌아올 것으로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정 총리가 발탁될 때 금융·통화 분야에 정통한 경제학자로서 ‘경제 총리’ 역할에 대한 기대를 받았다. 본인 스스로도 취임 당시 “내각의 힘을 모아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서민경제 활성화와 국민통합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에 대한 소신으로 야권과 맞서 뜻하지 않게 ‘정치 총리’가 되는 바람에 경제 전문가로서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했다.
지표상으로는 경기가 회복되는 것 같아도 청년 실업과 중소기업 경영난, 서민 경제 악화 등 체감 경기는 여전히 얼어붙어 있다. 대다수 국민은 하루 빨리 경제가 살아나 고용이 늘고 소득이 증가해 허리 펴고 살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집권 후반기를 맞는 여권의 관심은 온통 당내 역학구도와 대야관계에 쏠려 있는 모습이다. 개헌이니 보수대연합이니 하면서 정 총리 후임으로 ‘정치 총리’가 거론되는 것을 보면 아직도 민심을 읽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경제를 살리지 못하면 어떻게 해도 정권을 다시 잡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