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 1급 김애순씨 등 장애인 5명 한강나들이
입력 2010-07-18 21:29
“생애 처음으로 한강유람선도 타보고 선유도 공원에도 가보니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요.”
16일 오후 3시30분쯤 한강유람선에서 만난 지체장애 1급 김애순(57·서울 대림동)씨는 “서울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유람선이 너무 좋다”며 아이처럼 즐거워했다.
바깥출입이 쉽지 않은 김씨가 이날 한강 나들이에 나서게 된 것은 서울시의 장애인 맞춤형 관광코스 개발 시범투어인 ‘서울한강레저체험’ 프로그램 덕분이다. 김씨는 이 프로그램을 위탁받아 운영하는 한국장애인문화협회의 추천을 받아 투어에 참가했다. 체험행사에는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적장애인 등 5명의 장애인과 이들을 도와줄 활동보조인 5명 등 모두 10명이 초청됐다.
김씨 등 참가자들은 70분 동안 유람선을 타고 한강의 아름다운 교량과 국회의사당 등 주변 경관을 바라보면서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냈다. 유람선 1층에서 마술쇼도 보고, 2층으로 올라가 사진도 마음껏 찍었다.
김씨는 초등학교 1학년 때 학교 앞에서 공기놀이를 하다 자전거에 치여 중증장애인이 됐고 이후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러나 30세 때 전북 군산에서 장애여성들에게 한복기술을 가르쳐준 지체장애 1급 김정인(64·인천 송현2동 해피해피자립센터장)씨의 도움으로 한복기술자가 됐다.
김씨는 당시 장애여성들이 한복기술을 배울 때 자원봉사를 한 한옥희(50)씨가 사장으로 있는 대림동 다비다한복에서 가족처럼 지내면서 하루 한 벌 이상의 한복을 짓고 있다.
김씨 일행은 이날 오전 11시쯤 선유도공원에서 만나 갤러리 등 공원 안 시설들을 둘러보며 시범투어를 시작했다. 선유도공원은 턱이 없어 휠체어가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 좋았다. 갤러리 화장실도 입구가 넓어 드나드는 데 어려움이 없었지만 음식점 입구는 공간이 좁아 불편했다.
갤러리를 관람한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정민섭(34·시각장애 1급) 사무국장은 “시각장애인들의 불편함을 체험해 볼 수 있는 ‘어둠 속의 대화’와 같은 작품이나 촉감으로 느낄 수 있는 장애인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돼 있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청각장애인복지회 소속 청음회관의 재가지원팀 사회복지사 이정환(29·청각장애 1급)씨는 “공원의 숲에서 나오는 나무 냄새가 너무 좋아 마음껏 들이마셨다”며 환하게 웃었다.
이들은 이어 한강시민공원 여의도지구로 이동, 전동휠체어를 타고 한강변을 마음껏 달려보기도 하고 수상스키를 타는 사람들도 지켜보다 한강유람선에 올랐다.
글·사진=정창교 기자 jcgy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