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김수로’ 주인공 지성, 장난기로 무장한 새로운 영웅이 왔다
입력 2010-07-18 18:14
MBC ‘김수로’(토·일요일 오후 9시45분)는 통상적인 사극의 공식을 비틀며 새로운 영웅을 창조하고 있다. 기존 사극 속 남자 주인공은 근엄하고 진지했다. 하지만 김수로는 말이 많고 장난기 가득한 ‘깨방정’ 캐릭터다. 첫사랑 아효(강별)의 볼을 톡톡 두드리며 “(내가) 그렇게 좋아?”하고 씨익 웃는가하면, 자신을 연모하는 허황옥(서지혜)이 부끄러워하면 “왜 그러십니까∼”하며 달라붙는다. 배우 지성은 애교와 장난기가 가득한 김수로를 실감나게 그려내며 여심을 녹이고 있다.
최근 경남 김해 ‘김수로 촬영세트장’에서 지성을 만났다. 올해 서른셋인 이 배우의 눈에는 소년 특유의 장난기가 가득했다.
청순한 허황옥과 발랄한 아효 중에 누구를 택하겠냐고 묻자, 한참을 고민하다 “게시판에 올려서 네티즌 투표로 결정하겠다”라며 재치있게 빠져나간다.
그는 ‘태양을 삼켜라’ ‘뉴하트’ 등 굵직한 현대극에서 종횡무진했지만 사극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성은 “김수로는 뻔한 영웅이 아니었다. 어려서는 왈패 짓을 하고 청년기에는 노예로 끌려다닌다. 고생을 통해 성장해 가는 모습에서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17일 방송된 12회에서 석탈해(이필모)의 배신으로 노예 신분으로 전락한 김수로는 철을 담금질하는 중노동에 시달리고 간부의 발에 밟히며 채찍질을 당한다. 그는 상의를 살짝 열어 보였다. 가슴은 굵은 딱지들과 빨간 자국투성이였다.
“가짜로 맞아도 되지만 리얼리티를 살리려고 일부러 때려 달라고 해요. 제가 고통을 느껴야 시청자 한테 실감나지요. 너무 몰입해 맞아서인지 온몸이 이렇네요. 그래도 분장을 좀 어설프게 한 것 같아 아쉬워요.”
그는 삼국시대에 가려져 있던 가야국을 최초로 다루다보니 어려운 점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가야국에는 기와가 없기 때문에 다른 사극세트장을 못 써요. 또 다 초가집이어서 전반적으로 화면이 예쁘지가 않아요. 의상도 죄다 잿빛에 어두운 톤이어서 화면이 때깔나지 않더군요. 고증은 충실히 하면서도 시각적 즐거움을 추구하고 싶어요.”
지성은 아버지(곽영표 여수정보과학고등학교 교장)가 6·2 지방선거에서 전남 교육감에 출마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 후 정계 진출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는 지성은 “촬영 중이어서 아버지 선거 유세에 도움이 못됐다. 낙선으로 아버지가 우울하실 텐데 촬영이 바빠 뵈러가지도 못하고 있다”면서 “조만간 아버지 모시고 산에 가서 기분을 풀어드리겠다”고 말했다.
이제 김수로는 개구쟁이 소년에서 의식 있는 청년으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지배층의 억압과 학대에 대항하며 지도자의 자질을 발휘하게 된다.
“무대의 중심이 궁 밖에서 궁 안으로 옮겨지면서 본격적인 성공 스토리가 시작됩니다. 김수로가 왕이 되는 과정에서 정치를 유치하게 풀지 않을 거예요. 근엄한 채 입바른 말만 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행동을 통해서 사람을 감화하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드릴게요.”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