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장맛비는 내렸나… 잇단 경기 취소, 프로야구 구단 득실은?
입력 2010-07-18 19:21
올해도 어김없이 장마가 찾아오면서 이 비가 어느 구단에 행운의 미소를 지을지가 초미의 관심으로 떠올랐다.
전통적으로 장마는 연패를 겪고 있거나 투수력이 뒤지는 팀에게는 ‘고마운 비’가 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반면 연승을 달리고 있거나 타격이 절정인 팀에게는 좋은 흐름을 끊어 놓을 수 있는 ‘무심한 비’가 될 수 있다.
16연패 이후 또 다시 3연패를 당한 KIA에게는 장마가 천군만마나 다름없다. KIA는 비로 취소되는 경기를 통해 나쁜 흐름을 끊고 선발진을 정비해 다음주부터 4강 도전에 또 다시 나갈 태세다. 넥센 한화 등 투수진이 부족하고 침체를 겪고 있는 팀도 비를 반기기는 마찬가지.
넥센은 17일 대전구장에서 열린 한화와의 원정경기를 승리로 마감한 뒤 에이스 금민철을 2군으로 내렸다.
가뜩이나 선발진이 불안정하고 에이스가 빠진 마운드를 장마가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넥센은 금민철을 2군으로 내려보내 몸을 추스르게 한 뒤 장마 이후 벌어지는 본격적인 중위 도전에 나간다는 전략이다. 국내 최고의 좌완 에이스 류현진을 보유하고 있지만 나머지 선발진은 부실한 한화도 장마로 덕을 보는 것은 마찬가지. 한화는 비로 연기되는 경기에 에이스 류현진을 투입해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한화는 2007년 장마철에는 류현진만으로 경기를 치뤄 쏠쏠한 재미를 본 바 있다. 한대화 감독은 “일주일에 2번만 경기한다면 1등할 자신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팀내 안방마님인 박경완이 부상을 입은 SK도 장마는 반가운 비다.
반면 타력이 좋은 삼성과 롯데는 장마가 그다지 반갑지 않다. 두 팀 모두 장마 때문에 좋은 흐름과 타격 리듬이 끊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상대팀이 장마 덕택에 선발이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중요한 경기에는 불펜 투수를 총동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장마철의 습도 높은 기온은 마찰력을 높여줘 투수들의 변화구가 더욱 날카롭게 변한다. 하지만 타력은 흐름을 타기 때문에 장마로 인한 긴 공백은 절정의 타격감을 무너뜨릴 수 있다.
프로야구 8개 구단이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사활을 걸고 있는 시점에서 장마로 인한 각 팀의 머리싸움을 보는 것도 야구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는 요소중 하나다. 결국 롯데와 삼성을 제외한 나머지 팀에게는 장마가 그다지 싫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