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여자월드컵] 2경기 5골… 지소연 ‘골 소나기’
입력 2010-07-18 19:21
한국 축구 월드컵 본선 첫 해트트릭은 ‘그’가 아닌 ‘그녀’의 발끝에서 나왔다.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 D조 조별리그 첫 경기 스위스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지소연(19·한양여대)이 그 주인공이다.
지소연은 스위스전에 이어 17일(한국시간) 가나 전에서도 2골을 추가하며 이번 대회 5골을 기록, 한국의 짜릿한 역전승과 대회 첫 8강 진출에 발판을 마련했다.
지소연은 이날 독일 드레스덴 루돌프-하르빅 경기장에서 치러진 가나와의 D조 2차전에서 첫 동점골과 쐐기골을 기록하며 자신의 ‘킬러’ 본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가나 데보라 아프리예의 기습골로 0-1로 끌려가던 전반 41분. 지소연은 김나래(20·여주대)의 프리킥을 받아 오른발로 살짝 공의 방향을 틀며 귀중한 동점골을 뽑아냈다. 김나래의 프리킥도 좋았지만 골키퍼가 뛰쳐나오는 상황에서도 공에 대한 집중력을 끝까지 유지했던 지소연의 골 감각이 만들어낸 골이었다.
한국은 후반 11분 아프리예의 개인 돌파에 이은 엘리자베스 쿠드조의 오른발 슛으로 다시 끌려가다 후반 17분 김나래의 30m 프리킥이 그대로 골문 안으로 빨려 들어가며 동점을 만든 후 후반 25분 김진영(20·여주대)의 오른발 결승골로 3-2로 앞서갔다. 지소연은 3-2로 앞서던 후반 42분 김진영의 왼발 크로스를 정확하게 헤딩골로 연결시키며 이날 승부를 결정지었다.
스위스 전 해트트릭 이후 가나의 집중 견제에도 불구하고 2골을 뽑아낸 지소연의 결정력이 빛나는 경기였다. 경기 후 최인철 감독은 “지소연에 대한 마크는 처음부터 예상했었다”며 “지소연에게 수비가 붙으면 다른 선수들에게 공간이 생기므로 이 점을 노리고 플레이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5골을 기록한 지소연은 미국의 시드니 레로스(4골)를 따돌리고 이번 대회 득점 1위를 기록했다. 또 한국은 독일(7골)을 따돌리고 이번 대회 최다 골(8골)을 기록한 팀이 됐다.
남녀 대표팀 통틀어 최연소 A매치 출전 기록(15세 8개월)과 A매치 최연소 득점 기록(15세 293일)을 갖고 있는 지소연은 ‘여자 박지성’, ‘여자 박주영’ 등의 수식어를 가지며 한국 여자 축구의 희망으로 자리매김해왔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전에서는 팀의 본선 진출 실패에도 불구하고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여자선수상 후보로 오르기도 했다.
조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은 22일 세계 1위 미국과 조별 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지소연으로서도 2008년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8강전 2대 4 패배를 설욕할 수 있는 기회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