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라운지] 오바마와 백인 유권자

입력 2010-07-18 18:51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백악관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백인 유권자’들이다.

이번주 초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공동 조사한 여론조사 결과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백인 유권자들의 생각이 어떤지를 잘 보여준다.

백인 응답자 중 40%만이 오바마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다는 결과는 취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백인 43%는 오바마 대통령을 매우 불신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매우 지지한다고 밝힌 백인 유권자는 19%에 불과했다. 대졸 이상 학력의 백인 중 54%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신뢰를 보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이 조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평균 지지율이 처음으로 50% 아래(43%)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지만, 특히 백인들의 지지율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우선 경제가 전혀 또는 별로 나아지고 있지 않아서다. 무려 94%의 백인들이 당분간 경제가 좋아지지 않거나 더 나빠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백인 3명 중 1명(37%) 정도만이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찬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3%는 경제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재미있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대한 지지도는 공화당이나 무소속 백인 유권자보다 민주당 백인 유권자들 사이에서 더욱 떨어진다는 점이다. 민주당 백인 유권자들의 경제 정책 지지도는 지난 4월 80%에서 60%로 20% 포인트나 떨어졌다. 백인 민주당 유권자들의 실망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백악관은 적잖이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히 밀어붙였던 건강보험이나 금융규제 등의 개혁 방안이 경제 정책의 핵심 사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올해 안에 매듭짓겠다고 벼르고 있는 이민법 개혁도 백인 중산층은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현안이다.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오바마 대통령이 백인 유권자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분석하면서 핵심 참모들이 백인 중산층을 어떻게 파고들지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한다. 그들의 지지가 2012년 오바마 대통령의 재임 여부를 가름하는 결정적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