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이재훈 한국한방식품공사 대표] ‘프랜차이즈 업계 미다스 손’

입력 2010-07-18 17:48


“날 키운 건 긍정 버릇… 건강식품계 삼성될 것”

올해 33세인 이재훈 한국한방식품공사 대표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통한다. 군 제대 후 26세에 800만원으로 시작한 테이크 아웃 초밥 전문점 ‘스시990’은 3년 만에 연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박을 터뜨렸고 30세가 되던 해 제너시스BBQ그룹 지엔에스 유나인의 최연소 대표이사로 스카우트됐다. 지난해엔 한국한방식품공사를 설립, 건강식품 가공업체 ‘허준본가’를 인수하면서 한방의 세계화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그에 대해 ‘젊은 사람이 독특한 사업 수완이 있다’고 평가하는 사람도 있지만 ‘운이 좋았던 것뿐’이라고 폄하하는 시선도 만만찮다. 앳돼 보이는 외모와 걸출한 경상도 사투리가 인상적인 이 대표를 지난 15일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만났다.

◇‘스시990’으로 바뀐 인생=2000년 군 제대 후 아르바이트를 하며 복학을 준비하던 이 대표는 어느 날 후배가 사온 초밥 도시락을 먹다 무릎을 쳤다. 그에게 초밥은 고급 일식집에서 어른들이나 먹는 비싼 음식이었다. ‘이런 걸 마트에서 판다니!’ 가격도 12개에 1만원으로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다.

“길거리에서 초밥을 만들어 싸게 팔면 어떨까?”

통장을 들여다봤다. 과외를 하며 모은 800만원이 있었다. 부산대 정문 앞에 보증금 300만원, 월세 50만원에 한 평 반짜리 매장을 얻었다. 자갈치 시장에 출근도장을 찍으면서 초밥용 생선 납품업체도 접촉했다. “좋은 아이템이 있어서 귀사와 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저는 이 사업을 대규모 프랜차이즈로 키울 겁니다.” 젊은이의 패기를 상인들이 높이 산 덕분이었을까. 예상보다 쉽게 계약이 성사됐다.

2003년 11월 ‘스시990’ 1호점이 문을 열었다. 초밥 3개를 990원에 팔았다. 첫날 매출 28만원을 시작으로 30만원, 150만원으로 매출이 급증했다. 3년 만인 2006년 12월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고, 이듬해 3월 매장 수는 300개까지 늘었다.

스시990의 성공을 발판으로 프랜차이즈 업계의 공룡기업 제너시스BBQ그룹과도 인연을 맺게 됐다. 제너시스에서 스시990을 인수하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이 대표는 스시990의 경영을 포기하는 대신 제너시스의 경영을 맡겠다고 역제안했다. 이 대표는 2007년 5월 제너시스BBQ그룹 계열사의 최연소 대표이사가 됐다.

◇“세상은 나를 위해 존재한다”…성공의 비결은 ‘긍정 버릇’=이 대표는 매사에 긍정적이다. 때론 억지스러울 정도로 모든 것을 본인에게 유리하게 생각한다.

2004년 스시990이 서울에 진출할 때 일이다. 이 대표는 조회시간 서울 진출을 만류하는 직원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정부가 우리 사업을 위해 11조원을 투자했다.” 다들 무슨 소리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하자 그는 “우리가 서울로 진출한다고 하니 KTX가 완공돼 서울∼부산 왕래 시간이 한 시간 이상 당겨졌다. 우리가 주저할 게 뭐 있느냐”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이 대표는 “내가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비결은 첫째 나를 믿고, 둘째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어떻게든 좋은 방향으로 해석하는 ‘긍정 버릇’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이 어린 사장에 대한 주변의 시선이 항상 고운 것은 아니었다. 질투하거나 고까워하고 만만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제너시스 본사로 출근한 첫날 책상 위에는 사직서 한 장이 올라와있었다. 이 대표보다 나이 많은 직원 한 명이 어린 사장이 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사표를 낸 것이었다. 이후에도 나이 많은 임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두거나 별 일 아닌 일을 크게 부풀려 이 대표가 곤경에 처하는 일들이 이어졌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 대표는 “직원들은 천사표 사장을 좋아하겠지만 그건 입안의 단물일 뿐”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대표의 최근 관심은 한방의 세계화다. 마늘, 홍삼 같은 건강식품을 기초로 차, 화장품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전 세계에 선보이는 게 꿈이다.

이 대표는 “사회가 고령화되고 환경적으로 위험요소가 많아지면 건강에 대한 관심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건강식품업계의 삼성이 되는 게 꿈이자 목표”라고 말했다.

권지혜 기자 jh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