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초대석-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크리스천이 많이 비울수록 희망은 커진다”
입력 2010-07-18 20:18
“하나님께서 지혜를 주시지 않으면 하루도 장관직을 제대로 수행할 수 없을 겁니다. 농어업은 단순히 ‘먹거리’만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미래 국부를 창출하는 ‘생명산업’으로 발전시켜야 할 막중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기도의 무릎만이 해결책이라고 봅니다.” 장태평(61·온누리교회·사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최근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지내온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였다”고 고백했다. 인터뷰 내내 기도, 믿음, 선교, 하나님, 사랑실천 등 신앙적 단어들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완벽해 보이는 듯한 그의 신앙에도 굴곡은 있었다. 초등학생 때부터 교회를 다녔지만 믿음의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 세례를 받지 않으려고 도망 다니기도 했다.
“그때는 왜 그랬는지, 아마 믿음의 확신이 없어서였겠지요. 어느 순간 ‘회개’라는 단어가 새롭게 와 닿더라고요. 뺀질뺀질한 저를 잊지 않으시고 손을 내미시는 예수님의 사랑에 저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습니다.”
1974년 세례를 받고 그 감격에 성경말씀을 읽고 또 읽었다. 예수님의 말씀이 꿀송이처럼 달게 느껴져 손에서 놓을 수 없었다. 주일예배는 물론 수요예배에도 빠지지 않으려 했다. 교회 봉사에도 열심이던 그는 77년 하나님의 또 다른 복을 받았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것. 공무원이 된 뒤에도 기도 생활과 성경읽기는 이어졌다. 재정경제원, 국가청렴위원회 등에 근무할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2008년 8월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임명됐을 때 재경원 출신의 정통 경제관료가 농어업 부문을 잘 이끌어 나갈지 염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농어업 문제를 식품과 연계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농식품을 수출산업으로 육성했기 때문이다.
장 장관은 정보기술시대 이후엔 동물과 식물, 미생물 자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산업, 바로 ‘생명산업’ 시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를 위해 각국이 소리 없는 첨단 생명산업 기술전쟁을 치르고 있다고 전했다.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실크단백질을 이용해 인공고막을 만듭니다. 감귤 껍질에서 추출한 물질을 순수한 식물성 화장품과 인공피부로 가공합니다. 이처럼 동식물, 미생물 자원을 활용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생명산업은 그 영역과 가능성이 나날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쌀, 식료품 등 인도적 대북 지원이 필요하다는 기독교계의 주장에 대해 장 장관은 남북 관계의 정상화가 우선이라고 선을 그었다. “정부는 남북 관계 및 북한의 식량 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인도적 식량 지원을 추진해 왔었습니다. 그런데 대북 지원이 적대 행위로 되돌아오는 게 큰 문제죠. 안타깝지만 대북 식량 지원은 국내외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사항입니다.”
한국교회의 현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평신도로서 조심스럽지만 교회가 권력화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목회자, 평신도 지도자들이 더 낮아져야 합니다. 더 내려놓아야 합니다. 크리스천들이 많이 비울수록 삶에 지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습니다.”
그는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한 한국 사회를 위해 교회가 정신적 버팀목이자 치유센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장 장관은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사회운동에 적극 나서고 싶다”고 답했다. 지난해 9월 중증 장애인들이 생활하는 경기도 성남 소망재활원을 방문해 빨래와 음식 준비, 설거지 등을 하면서 진정한 사랑 나눔의 의미를 재인식하게 됐다고 했다.
“거짓과 탐욕, 유혹이 많은 세상에서 살았지만 사랑을 베푸는 데 인색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말을 듣고 싶네요. 이 땅에서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도록 조금이라도 애썼다는 평가를요.”
◇약력=1949년 출생. 경기고와 서울대 사회학과, 동대학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미국 오리건대 경제학 석사. 경제기획원 행정사무관. 재정경제원 세제실 국제조세과장, 아시아·유럽 정상회의 준비기획단(파견), 농림부 농업정책국장·농업구조정책국장, 국가청렴위원회 사무처장(차관급) 역임, 현재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국무총리 표창 녹조근정훈장 대통령 표창 황조근정훈장 수상.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