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무호흡증, 방치하면 생명까지 위협
입력 2010-07-18 17:40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코골이 수술 3년새 두배로”
코골이가 심한 이모(38)씨는 지난해 그로 인해 이혼의 위기에 처했던 일을 잊을 수 없다. 코골이를 문제 삼아 각방을 쓰자는 아내의 요구를 못 들어주겠다며 완강하게 버티다 심한 갈등을 빚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당시 일곱 살 아들도 그와 함께 자기를 거부하는 것을 보고 한 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심한 코골이 때문에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18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밝힌 질환별 건강보험 진료 현황에 따르면 수면중무호흡증후군으로 국내 병의원에서 속칭 코골이 수술로 불리는 ‘구개인두성형술’을 받은 환자가 2006년 1100여명에서 2009년 2200여명으로 3년 사이 배로 늘었다.
코골이는 수면 중 좁아진 상기도, 즉 코와 연구개라 불리는 입천장 뒷부분, 목젖, 혀 등 숨을 쉬는 공간에 공기가 빠르게 통과하면서 진동하는 소리를 말한다. 또 수면중무호흡증은 잠을 자다 상기도가 막혀 숨을 수 십초 이상 멈추는 증상을 가리킨다. 일반적으로 코를 심하게 고는 사람들 중 약 35%가 이 같은 증상을 자주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희대 동서신의학병원 이비인후과 이건희 교수는 “습관적인 코골이는 타인의 수면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심한 경우 배우자에게 소음성 난청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며 “코골이를 방치하면 수면중무호흡증에 의해 협심증 부정맥 심근경색 등의 치명적인 심장병과 뇌졸중을 합병할 위험성이 높아지므로 조기에 적극적인 교정 치료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사람들이 코를 고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코에 물혹이나 종양이 있는 경우, 살이 찌면서 코 안에도 살(콧살)이 커지는 경우, 노화 현상으로 연구개나 목젖이 늘어진 경우, 편도나 아데노이드가 비정상적으로 큰 경우, 혀가 큰 경우 등 숨길을 좁힐 수 있는 구조적인 병이 있을 때다. 이밖에 비만, 흡연, 음주, 호르몬, 약물 등에 의해 코골이가 심해질 수도 있다. 신체적으로는 복부비만이 심한 중년 남성이나 폐경기 이후 비만한 여성들에게서 잘 나타난다.
코골이의 폐해는 단순히 주위 사람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선에서 그치지 않는다. 무엇보다 코를 고는 사람 자신의 수면의 질이 눈에 띄게 저하된다.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코골이로 인한 수면중무호흡증에 의해 자주 잠에서 깨게 돼 숙면을 취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코골이 환자들은 이로 인해 이튿날 주간졸음, 집중력 및 기억력 저하, 두통, 만성피로, 야뇨증 등을 겪기 쉽다.
따라서 코골이가 심하다는 말을 많이 듣거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머리가 아프고, 낮에 뚜렷한 이유 없이 졸릴 때는 코골이클리닉을 찾아 수면다원검사 등을 통해 수면 중 병적으로 코를 골기 때문이 아닌지 점검해 보는 게 좋다. 호흡기내과와 이비인후과에서 모두 진단이 가능하지만 숨길을 막는 병적 요인이 주로 코와 목 부위에 있으므로 이비인후과를 먼저 방문, 코와 입 속, 목의 안쪽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코골이와 수면중무호흡증 치료는 이비인후과 검사를 통해 확인된 병적 요인을 제거하는 것으로 끝난다. 예컨대 선천적 또는 사고로 코뼈가 휜 경우는 코뼈를 바로잡는 수술이 필요하고, 비만 외엔 별다른 신체적 이상이 없는 경우엔 체중을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호전된다(별표 참조).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는 “만약 코를 곤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면 종합건강검진을 통해 혹시 심장병 등 다른 합병증에 관한 위험신호가 없는지를 점검하고 코골이 개선 치료와 함께 이들 질병을 예방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