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연극에 진짜 변호사님 나왔네… ‘쉬어 매드니스’에 4명 출연

입력 2010-07-18 17:29


현직 변호사들이 연극 무대에 섰다. 법무법인 지평지성 소속 변호사 4명은 지난 15일 연극 ‘쉬어 매드니스’ 무대에 올라 변호사 역할을 훌륭히 소화했다. 법정과 다른 분위기인 연극 무대라 어색한 모습이 종종 보이기도 했지만 의뢰인의 무죄를 입증하려는 그들의 변론은 법정에서만큼 치열했다.



연극 ‘쉬어 매드니스’는 독특한 형식을 갖추고 있다. 결론이 정해진 연극과 달리 관객이 극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결말을 직접 정한다. 매 공연마다 범인이 바뀔 수 있다.

연극은 미용실 쉬어 매드니스 윗층에 사는 유명 피아니스트 송채니의 살인사건을 둘러싸고 범인을 찾으며 진행된다. 미용실 주인 주호진과 미용사 장미숙 그리고 손님으로 온 골동품 판매상 오준수와 부잣집 부인 권영화가 용의선상에 오른다.

관객은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기억했다가 형사들에게 제보를 하거나 의심되는 모습을 캐물어야 한다. 채니에게 강한 증오심을 품고 있는 주호진이 형사의 추궁에 “그분은 제게 어머니 같은 분이셨어요”라고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다. 용의자들은 혐의를 벗기 위해 처음 했던 것과 다른 말과 행동을 한다.

이날 공연에서는 변호사들의 활약이 범인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 권영화의 변호사는 권씨가 미용실에 들어온 시간과 살인 추정시간을 고려할 때 살인이 불가능함을 들어 일찌감치 그를 용의선상에서 제외시킨다. 주호진의 변호사는 주씨가 평소 채니를 싫어하긴 했으나 다혈질적인 성격상 계획적인 살인을 하지 않았을 거란 논리로 그의 무죄를 주장한다. 장미숙의 변호사는 장씨가 범인이라면 치밀한 알리바이를 만들었을 텐데 아무 알리바이도 없고, 기억도 못하는 정황으로 볼 때 범인일 수가 없다고 설득한다. 오준수의 변호사는 살해 당일 미팅 스케줄을 잡았던 오씨가 유력한 용의자가 될 걸 알면서 살인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고 피력한다.

변호사들의 변론이 끝나고 관객의 투표가 이어졌다. 관객은 장미숙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장씨는 채니의 유산 상속자란 점에서 제일 큰 의심을 받았는데 그 부분을 명확하게 해명하지 못한 탓이었다. 제작사인 뮤지컬해븐 관계자는 “매번 결말이 다르긴 하지만 관객이 가장 많이 범인으로 지목하는 인물은 장미숙”이라고 설명했다. ‘쉬어 매드니스’는 상명홀 1관에서 오픈런으로 공연 중이다. 현직 변호사들이 직접 무대에 서는 이벤트는 29일 다시 준비된다(02-744-4334).

김준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