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입주단지 둘러보니… 확 트인 필로티·깔끔한 조경, 만족도 높아졌다

입력 2010-07-18 17:26


주택경기 침체로 재건축 아파트 가격이 떨어지면서 대안으로 리모델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인·허가 및 사업기간이 짧고 규제완화 움직임까지 있기 때문이다.

◇30년된 노후 아파트의 ‘화려한 변신’=지난 16일 입주를 시작한 서울 당산동의 리모델링 단지인 ‘쌍용예가 클래식’ 아파트. 단지에 들어서자 확 트인 지상 1층의 필로티(건물 전체를 기둥으로 들어올려 확보되는 공간) 구조가 눈에 먼저 들어왔다. 단지 중앙으로는 잔디가 깔린 주민 쉼터와 어린이 놀이터, 아기자기한 조경 시설이 요즘 선보이는 새 아파트와 다름없었다.

원래 ‘평화아파트’로 불리던 이 단지는 1978년 72.6∼111.4㎡형 11층 284가구(3개동)로 지어진 아파트였다. 30년된 노후 아파트가 2년 만에 리모델링으로 화려하게 변신한 것이다. 리모델링은 아파트의 뼈대(골조)를 그대로 놔둔 채 사실상 건물을 다시 올리는 건축 방식이다. 건물 자체를 헐고 새로 짓는 재건축·개개발과 개념이 다르다.

단지의 가장 큰 변화는 가구당 면적이 72.6㎡(22평)는 93.5㎡(28평)로, 111.4㎡(34평)는 137.7㎡(41평) 등으로 가구당 최대 26㎡(약 6∼7평)씩 늘어난 것. 집집마다 리모델링 전에 비해 방 2개와 화장실 1개 공간이 더 생긴 셈이다. 지하 주차장이 없던 12층 아파트는 자연 채광이 들어오는 주차장(지하 2개층)을 갖춘 13층 아파트로 변신했다. 주차가능 대수는 58대에서 285대로 늘었고, 지하 창고는 가구별로 불필요한 짐을 보관할 수 있는 라커룸(약 0.5평 규모)으로 바뀌었다. 강태만(50) 리모델링 조합장은 “불과 2년전만해도 3.3㎡당 980만원대였던 시세가 지금은 1650만원대 정도로 오르면서 주거시설에 대한 편의성과 더불어 입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아파트 리모델링 확산 추세=업계에 따르면 수도권을 중심으로 현재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단지는 대략 80여곳. 쌍용건설 건설사업본부 김강 상무는 “리모델링이 재건축보다 인·허가 및 사업기간이 짧은데다 관련 공법이 개선되고 규제완화 움직임까지 더해지면서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단점도 있다. 리모델링 아파트에는 재건축과 달리 일반 분양분이 없어 공사비를 100% 조합원이 부담해야 한다. 또 재건축에 비해 단지 및 조경, 평면의 변경 범위가 제한돼 있기도 한다. 안전성을 이유로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는 법적 규제도 리모델링 사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리모델링한 쌍용예가 클래식에는 국내 처음으로 ‘수직증축’ 기술이 성공적으로 접목되면서 규제완화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회 차원의 법개정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월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리모델링 추진시 세대수 10% 증가 허용,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의 증축허용 면적 60%확대 등을 담은 ‘주택법 및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건설산업연구원 윤영선 실장은 “서유럽에서는 리모델링이 전체 건설시장의 50%를 상회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면서 “우리나라도 정부의 지원과 대책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