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혈압 환자, 찬물로 샤워하지 마세요
입력 2010-07-18 17:37
땀 많이 나는 여름철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무더위와 갑작스런 냉방 노출 등 여름철 환경은 고혈압 환자들에게 있어 겨울 추위 만큼이나 위협 요인이다. 많은 땀으로 몸에서 수분이 빠져나가 피가 끈적해지기 쉬우며, 이로 인해 혈압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찬물 샤워(등목)를 하는 등 급격한 온도 변화가 있으면 혈압이 더욱 높아지고 혈관에 무리를 줘 심혈관 사고, 즉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위험이 커진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06년 기준으로 8월 한달간 뇌졸중이나 심근경색 등으로 목숨을 잃은 사람은 10만명당 8명이다. 같은해 1월 비슷한 원인으로 사망한 이는 10만명당 9명으로 수치상 거의 비슷하다. 동국대 일산병원 심장혈관센터 이무용 교수는 “여름에는 일과 중이나 피서지 등에서 급격하고 심한 기온차로 인해 혈압 변동폭이 커질 수 있는 상황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혈압 관리에 결코 방심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복병 많은 여름철 혈압 관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푹푹 찌는 더위나 간밤 열대야로 흘린 땀은 꼭 33∼36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로 씻는 것이 좋다. 혈압은 수면 중 낮아지고 아침에 잠에서 깬 2시간 동안 상승한다. 이 때 찬물 샤워는 혈압 변동폭을 더 크게 해 심혈관 질환을 부를 수 있다.
이 교수는 “올해 미국심장학회와 유럽고혈압학회에서 논의된 연구에 따르면 측정된 일곱 번의 혈압 중 최대 혈압이 120㎜Hg 이상이면서, 초기에 측정한 혈압이 나중에 40㎜Hg 이상 변동을 보인 사람은 뇌졸중 발생 위험이 6배 정도 높았다”면서 “특히 혈압 변동이 심한 아침 시간대 체온 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출근길 지하철에 오를 땐 겉옷을 걸치는 것도 잊지 말자. 요즘 지하철은 냉방이 강력해 혈압 변동성을 높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사무실 온도는 항상 외부 기온과 4∼5도 이상 차이 나지 않게 한다.
또 32도가 넘는 무더운 날에는 외부 활동을 가급적 하지 않는 게 좋다. 미국심장학회에서 일반인의 경우 기온이 32도가 넘으면 뇌졸중 66%, 심혈관질환은 20% 증가한다는 연구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고혈압 환자라면 이 같은 비율이 더욱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어쩔 수 없이 외부 활동이 필요할 땐 생수와 이온 음료를 꼭 챙긴다. 더위로 흘린 땀이 탈수로 이어지지 않도록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기 위함이다. 수분 보충을 해 주지 않으면 혈액의 농도가 짙어지고 끈끈해져 혈관의 흐름을 방해, 혈압 상승으로 이어진다. 이온 음료는 전해질 균형을 맞추는 데 도움을 줘 심장에 무리가 덜 가게 한다.
다만, 이온 음료의 당분 역시 많이 섭취하면 피를 끈끈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당분이 5∼10% 미만인 것을 고른다. 생수 8, 이온 음료 2의 비율로 섭취하는 것이 좋다. 하루 30∼40분 정도 가볍게 땀을 흘리며 걷는 운동도 혈액순환을 원활히 해 혈압 유지에 도움이 된다. 걷는 동안 탈수를 막기 위해 20분마다 200㎖씩 물을 마셔줘야 한다.
혈압 변동성 조절에 효과적인 약물을 복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 교수는 “최근 반감기가 길어 약물 농도가 24시간 일정하게 유지되는 약제(칼슘 길항제)가 특정 시간에 혈압이 갑자기 높아지는 등 혈압 변동이 심한 환자들에게 효과가 좋았고, 이는 곧 뇌졸중 예방과도 직결됐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24시간 활동 혈압 측정기(ABPM)’를 잘 활용해 보자. 하루 동안 일정한 시간마다 자동으로 혈압을 측정해 고혈압의 발생 가능성, 혈압 변동성 등을 판단할 수 있다. 병원에서 1만∼3만원 정도 내고 대여하거나 인터넷쇼핑몰 등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특정 시간대에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운 ‘혈압 변동성 증상’이 나타나는 환자나 혈압 약을 먹어 혈압 관리가 잘되고 있음에도 심혈관 질환 발생이 우려되는 환자들에게 권장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