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당뇨 수술
입력 2010-07-18 17:39
수술로 난치성 당뇨병을 고치려는 시도가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일단 초기 3∼4년 동안의 임상결과는 매우 좋다. 그동안 당뇨 치료 성적이 80점 이상에 이르기 때문이다.
수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특별한 약물 치료 없이 적정 수준의 혈당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①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고 먹는 약(혈당강하제)으로만 치료하며 ②당뇨 진단 후 5년 미만이거나 ③수술 후 꾸준히 식사지침을 준수하고 지속적으로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효과가 무려 95%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로 평생 약을 복용하거나 인슐린 주사를 맞으며 각종 합병증을 경계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꿈같은 얘기다.
속칭 ‘당뇨 수술’로 불리는 이 치료법의 공식 명칭은 ‘베리아트릭(루와이 위 우회술) 수술’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음식물이 지나가는 경로를 바꿔주는 치료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수술의 아이디어는 위암 수술에서 차용됐다. 위암 수술은 암세포가 퍼진 위를 상당 부분 잘라낸 다음 소장을 위 상부 또는 식도 쪽에 바로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런데 위암을 합병한 당뇨 환자가 이 수술을 받은 뒤 혈당이 자연적으로 조절되는 부수 효과를 얻은 사실이 잇따라 보고 되면서 당뇨 수술로 진화하게 된 것이다.
우리 몸의 소화기는 위장→십이지장→소장 순으로 이어지면서 음식물을 소화시킨다. 당뇨 수술은 이 과정에 Y자 모양의 우회로를 만들어 주는 방식이다. 즉 위장에서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부위를 먼저 잘라 분리시킨다. 이어 소장 중간 부위를 잘라 위장 상부 쪽으로 끌어다 붙여준다. 수술 후 소화기는 소장을 중심으로 십이지장이 붙은 위 몸통 부위와 식도 쪽으로 바로 연결된 위 상부가 Y자를 형성한 모양으로 바뀌게 된다.
베리아트릭 수술이 어떻게 당뇨 치료 효과를 발휘하는지에 대해선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수술 후 음식물이 십이지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장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혈당 조절 관련 호르몬의 효율이 개선되기 때문이 아닐까 추정된다. 실제 이 상태에서 음식을 먹으면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세포의 기능이 다시 활성화되는 게 확인됐다는 보고가 많다.
당뇨 수술은 지금도 계속 진화하는 중이다. 당뇨 치료뿐만 아니라 고도비만을 개선하는 용도로도 쓰이고 있다. 이 역시 비만형 당뇨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 후 비만 문제가 해결되면서부터 시작됐다. 복강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수술 후 흉터가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도 이 수술의 장점이다.
이홍찬여의도성모병원(외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