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24) 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옛 서울역사
입력 2010-07-18 17:27
일제강점기인 1925년에 건립된 서울역은 명절이면 고향을 찾는 사람들에게 설렘의 출발역이자 꿈을 안고 상경하는 사람들에겐 희망의 종착역이기도 합니다. 서울역사(驛舍)가 가진 85년의 역사(歷史)도 가지가지 곡절이 많았답니다. 하지만 옛 서울역사(사적 제284호)는 2004년 고속철도(KTX) 개통과 함께 새 역사에 그 기능을 넘겨주고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입니다.
내년 4월 개관을 목표로 지난해 7월 착공해 현재 53%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는 옛 서울역사의 복원공사는 건축 시점인 1925년을 기준으로 복원하되 85년간의 역사적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랍니다. 2007년부터 사진·미술·디자인·건축 등 전시회와 음악회, 패션쇼 등 문화행사를 개최하기도 한 이 건물은 이런 기능을 가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게 됩니다.
1층 통로 벽면에는 한국전쟁 당시의 흔적인 총탄의 파편 자국이 아직도 남아 있어 전투가 얼마나 치열하게 전개됐는지 가늠케 합니다. 전쟁의 아픔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 흔적은 그대로 둔 채 리모데링을 한다는군요. 또 1층에 있는 1·2등 대합실과 귀빈실은 서울역의 역사를 통해 한국의 근대사를 조망하는 상설전시관으로 쓰이게 되지요.
특히 1970년대까지 대통령의 지방 순회일정 때마다 머물렀던 귀빈실은 벽난로와 식사 장소였던 예비실 등을 포함해 그대로 복원할 계획이라니 이색 볼거리가 되리라 여겨집니다. 같은 층 3등 대합실과 2층 ‘서울역 그릴’은 전시와 공연, 세미나와 회의까지 열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변신하게 됩니다. 이곳에는 청전 이상범의 그림이 걸려 있었다지만 지금은 없어져 아쉬움이 남습니다.
국군장병 안내소로 사용하던 공간에는 노천카페가 조성되고, 미군장병 안내소(RTO)였던 곳에는 상설공연장이 들어설 예정이랍니다. 중앙홀과 역사 앞 광장은 상황에 맞게 전시와 공연 등의 장소로 활용할 계획이고요. 그동안 페인트 그림이 있었던 중앙홀의 천장에는 가로·세로 각 8m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설치해 자연광을 채광했던 건립 당시의 모습으로 복원되지요.
옛 서울역사는 신고전주의 건축양식으로 건축적 아름다움의 면에서 한국은행과 1∼2위를 다투는 건물이라고 합니다. 복원공사는 건립 당시 자료를 참고로 중앙홀과 귀빈실, 1·2등 대합실 등은 ‘상’ 등급, 3등 대합실과 승객통로 등은 ‘중’ 등급, 화장실과 사무실 등은 ‘하’ 등급을 매겨 기존의 건축미를 최대한 살리면서 공간의 가치를 활용할 수 있는 쪽으로 진행하고 있답니다.
옛 서울역사가 공사를 마치고 개관하면 한국 문화예술의 발신 기지 역할은 물론이고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프랑스 파리의 오르세미술관은 철도역을 리모델링한 미술관으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옛 건물을 살리되 여행객들이 편안하고 쉽게 드나들 수 있는 플랫폼 기능까지 겸하는 문화공간은 옛 서울역사가 유일하다니 벌써 개관이 기다려집니다.
문화과학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