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작의 향기 함께 ‘구름위의 산책’… 여의도 63스카이아트 ‘근현대미술 거장전’
입력 2010-07-18 17:29
세계에서 가장 높은 미술관(높이 260m)에서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어떨까. 서울 여의도 63스카이아트는 11월 7일까지 작가 48명의 65점을 선보이는 ‘한국 근현대 미술 거장’ 전을 연다. 63빌딩 60층의 전망 좋은 전시장에서 한강과 남산 등 서울시내를 조망하면서 한국 근현대 화단의 흐름을 살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번 전시는 유서 깊은 고려대 박물관 소장품을 일반인에게 보여주기 위해 기획된 것으로 1000여점에 달하는 근현대 미술 소장품 가운데 서양화와 조각 등 미술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작품들만 엄선했다.
출품작들은 대부분 초·중·고 교과서에 나오는 것으로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에게 한국 대표작가들의 작품을 실제로 보고 이해하며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됐다. 1부 ‘사람을 만나다’(인물)에서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통해 근대부터 현대까지 미술사를 살펴볼 수 있다. 상류층의 현숙한 여인을 주로 그린 김인승의 ‘여인좌상’, 아카데믹한 구상화가로 인물화에 능했던 박득순의 ‘나부좌상’, 얼굴 조각을 통해 절제된 긴장감과 정적인 인간의 모습을 보여주는 권진규의 ‘자소상’과 이종구 문범강 송영수 윤석남 등의 작품이 전시된다.
2부 ‘자연을 거닐다’(풍경과 정물)에서는 사실적 또는 추상적으로 표현된 풍경과 정물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헤어진 두 아들을 그리워하며 이중섭이 그린 ‘꽃과 노란 어린이’, 복숭아의 분홍과 연두색이 화사한 분위기를 전하는 박수근의 ‘복숭아’, 순진무구한 세계를 화폭에 옮긴 장욱진의 ‘나무가 있는 풍경’, 배꽃이 흩날리는 풍경이 아름다운 이대원의 ‘농원’, 전쟁을 모티브로 한 강요배의 ‘스텔스-부메랑’ 등이 나왔다.
3부 ‘꿈을 꾸다’(추상)에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화폭을 채우고 때로는 단순하게 사물을 표현하는 추상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한국 추상화의 선구자인 김환기의 ‘월광’, 상형기호에서 모티브를 얻은 권옥연의 ‘우화’, 극사실적인 물방울 그림으로 유명한 김창열의 ‘대한민국’, 인체의 근원에 관심을 기울이는 최만린의 ‘태’, 초현실주의 조각인 문범강의 ‘그녀의 인식’, 무정형의 부드러운 추상형태 작품을 추구하는 김정숙의 ‘생존’ 등이 출품됐다.
1485㎡(약 450평)의 전시장을 빙 둘러가며 1∼3부 순서로 꾸며진 전시는 안쪽 벽면에도 작품이 걸리고 바깥 풍경과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창쪽 벽면에도 그림이 설치됐다.
전시를 기획한 권아름 학예연구사는 “다양하면서도 개성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보면서 관람객들이 한국 근현대 미술을 만나고, 그 속을 거닐며, 꿈을 꾸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바쁜 직장인들도 퇴근 후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오후 10시까지(입장 마감 오후 9시30분) 미술관 문을 연다.
한여름 밤, 가족 나들이로 그림도 감상하고 야경도 즐기고 더위도 식힐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입장료 어른 1만2000원, 청소년 1만1000원, 어린이 1만원(02-789-5663).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