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각세우는 홍준표 인터뷰] “지도부 흔들기 아니다 박근혜식 비주류 안해”

입력 2010-07-16 23:29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은 전당대회가 끝난 지 이틀이 지났지만 여전히 할 말이 많은 듯했다. 20.3%의 지지로 출범한 안상수 대표 체제에 대한 불신과 우려를 대놓고 표현했다. 홍 최고위원을 16일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단도직입적으로 ‘당 대표가 되지 못해 안 대표를 흔드는 것 아니냐’고 묻자 “내가 그런 사람이냐? 나는 (지도부 흔들기를 할 정도로) 전문 정치꾼이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안상수 체제에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가.

“전당대회 결과는 대의원의 선택이기 때문에 승복한다. 하지만 전당대회 과정의 문제는 짚고 넘어가자는 것이다. 민심은 변화와 개혁을 원했는데 현실 안주를 택하는, 소위 돈과 조직이 난무하는 선거를 한 것이다. 일부 지역에서는 당협위원장이 자기 말을 안 들을까봐 가족, 친척을 몽땅 대의원으로 임명한 곳도 있다. 그런데도 안 대표는 20%밖에 득표를 못 했다. 역대 최저의 당 대표 득표율이다.”

-안 대표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안 대표는 N분의 1이다. 최고위원들이 끝까지 합의를 보도록 노력하고, 도저히 합의가 안 될 때는 표결을 하는 것이 한나라당 집단지도체제의 취지다. 안 대표가 인사도, 정책도 전횡해선 안 된다. 개헌이나 보수대연합 같은 문제를 사전 조율도 않고 불쑥 내놓아서 평지풍파 일으키는 것은 옳지 않다.

-경선 기간동안 연일 거세게 안 대표를 몰아붙였지만 정작 선거 당일날 연설은 달랐다. 이유가 있나.

“개인적으로 참 부담스러웠다. 안상수 대표가 될 것 같은데, 조직 선거가 될 것 같은데 마지막 날에도 대의원들한테 병역기피당이라고 하면 야당과 국민들로부터 당이 큰 상처를 받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안상수 체제로 가면 안 된다고 얘기하려 했는데, 도와준 의원들이 ‘떨어지더라도 당을 위해서 그렇게 하지 말라’며 끝까지 만류했다. 그래서 의원들의 의견을 수용했다.”

-당직 인사에 문제를 제기한 이유는 무엇인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안 대표의 비서실장을 했던 원희목 의원을 당 대표 비서실장에 앉혔다. 국회의원은 경선 선대위에 관여하지 못하게 돼 있고, 그런 인사들은 당직에 등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일종의 당직매수행위다. 중립 성향의 의원들, 한나라당의 개혁과 쇄신을 원하는 사람을 전진배치해야 그나마 안 대표 체제가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친이 강경체제는 수용하지 않겠다.”

-비주류 선언을 하면서 ‘박근혜식 비주류는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동안 박 전 대표는 국정에 협조하지 않았다. 나는 국정에 협조하되, 단지 당과 정부와 청와대가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는 가차 없이 바로잡겠다. 이명박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다. 한나라당의 가장 큰 잘못은 불법 탈법 편법을 덮어준 것이다. 10년 만에 겨우 여당이 됐는데 또 다시 탈법 불법 편법과 화합하자는 것은 받아들이지 않겠다.”

-안 대표가 꺼낸 ‘박근혜 총리론’과 ‘정치인 총리론’은 어떻게 평가하나.

“월권이자 코미디 같은 얘기다.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당 대표가 총리를 제의하는 법이 어딨나. 박근혜 총리론은 전당대회 득표용 발언에 불과하다. 정치인 총리론과 관련해 강재섭 전 대표 이야기가 나온다고 들었는데 이는 시대 정신에 맞지 않다. 경기 분당 재·보궐 선거 출마설도 나오던데, 지난 총선 때 대구에서 출마를 회피한 분이다. 역할 종료했으면 정계 전면에 나오지 않는 것이 맞다.”

-당·청 관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모래시계와 똑같다. 집권 중반기 넘어서면서 권력축이 당으로 온다. 권력의 힘이 빠져가는데 아직도 가득찬 양 착각하고 일방통행식으로 정국 운용할 때 국민들이 저항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끈질기게 힘을 합쳐서 변화와 개혁을 이뤄가야지 이대로, 이대로를 외치면 침몰한다. 나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흔들리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불안한 체제이지만 서로가 의견을 조율하고 협력해서 안정시켜 가야 한다.”

-신임 지도부로서 서울 은평을에 출마한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본인 혼자서 선거를 하겠다는 그 전략이 옳다고 본다. 정당 대 정당의 대결이 되면 이 전 위원장이 어려워진다. 이 전 위원장은 김문수, 정형근과 함께 한나라당이 어려웠던 시절에 당을 지킨 인물이다. 당으로 당연히 복귀해야 한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