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생명 위협받는 여성 망명 허용해야”

입력 2010-07-16 18:31

범죄율이 높은 나라에 사는 여성들에게 미국 망명길이 열릴 수 있게 됐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소재 연방 제9순회항소법원은 “과테말라에서는 여성을 상대로 한 살인율이 높아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고 호소한 한 여성의 미국 망명 요청을 기각한 하급심 재판부에 대해 다시 판단하라고 판결했다고 AP통신이 16일 보도했다. 하급심에서는 이 여성의 요구를 받아들일 경우 앞으로 난민 요청자들이 지나치게 많아질 것이라는 이유로 청구를 기각했다.

항소법원은 그러나 과테말라 여성들은 가정폭력과 강제 할례 등을 두려워하는 만큼 박해받을 우려가 있는 ‘특정한 사회 부류’에 속하는지 다시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미국 법원이 공포를 느낄 정도로 삶에 위협을 받는 여성에게 망명을 허용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린 것이다.

인권단체들은 이 사건에 대한 법원 판단이 확정될 경우 우선 이 여성과 유사한 처지에 놓인 수십만명의 중남미 여성들이 미국으로의 망명길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현재 미국에는 150만명의 과테말라인이 사는 것으로 추정되고, 이 가운데 수십만명은 각종 이민 절차를 밟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3250명의 과테말라인으로부터 망명 신청을 받았지만 승인은 155명에 불과하다.

과테말라에서는 살인사건 희생자 중 15%가 여성으로, 중남미 국가들의 평균치인 9%에 비해 매우 높다. 하지만 현지 수사 당국은 여성이 살해된 사건의 2%도 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 이민서비스국(USCIS)은 15일 2010회계연도에 모두 1만명의 범죄 피해자와 인신매매 피해자에게 특별비자를 발급했다고 밝혔다.

과테말라 여성에 대한 판결이 나온 이후 온두라스 인권운동가인 베르타 올리바는 “이번 판결이 모든 국가 사람들에게로 확대 적용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중남미 국가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사회적 처지는 매우 어렵지만 온두라스는 특히 더 심하다”며 미국의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했다.

이동재 선임기자 dj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