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교회법 개정… 아동 성추행 사제 처벌 쉬워진다

입력 2010-07-16 18:31

교황청이 미국과 유럽 등에서 잇따라 제기된 교회 내 아동 성추행 사건들에 대한 대응방안을 담은 개정 교회법을 15일 발표했다.

아동 성추행에 연루된 사제들의 처벌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한 이번 개정 교회법은 교황청이 9년 만에 새로 제정·공포한 것이라고 AP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 수십년간 수백건의 성추행 사실이 드러났으나 주교들이 이를 감추는 데다 교황청도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비난이 들끓자 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취해진 조치다.

새 교회법은 성추행 피해자의 18세 생일 이후 10년까지로 돼 있던 사건 처리시한을 20년으로 대폭 늘렸다. 이에 따라 성추행 피해자는 38세까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게 됐다. 복잡했던 성추행 처벌 절차도 단순화시켰다. 각 교회 주교들은 성추행 증거가 명백할 경우 해당 사제를 교회 재판에 회부하지 않고도 성직을 박탈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사제들이 아동 포르노물을 지니고 있거나 빌려주는 행위도 교회법상 범죄로 규정, 성추행과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했다. 이 밖에 정신장애인이나 ‘이성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한’ 성인을 성추행한 사제들도 아동 성추행과 같은 처벌을 받게 된다.

그러나 교황청은 이번 개정법에서 성추행 범죄를 저지른 사제를 경찰에 고발토록 하거나 성추행을 은폐하는 주교를 처벌하는 내용을 담지 않았다. 또 사제들의 성추행 행위가 한 차례라도 드러나면 파문에 처하는 등 강력한 응징 조치를 포함시키지 않은 것도 미비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각에선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에 대한 기존 규범을 법으로 만들었을 뿐 새로운 내용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회 인권운동가인 바바라 도리스는 “교황청의 새로운 법률은 한마디로 평가한다면 ‘배가 항로를 잃고 헤매는 꼴’과 같다”고 혹평했다. 아일랜드 교회를 상대로 1995년 소송을 냈던 앤드루 매든도 “교회가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범죄를 사법당국에 고발하는 것”이라며 “이는 죄를 지은 사제의 성직 박탈 여부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재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