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의 性범죄… 전과자 추적만으론 한계
입력 2010-07-16 23:28
검거된 서울 장안동 초등생 성폭행 사건 피의자 양모(25)씨는 피해 아동의 집에서 불과 500m 떨어진 곳 반지하에 사는 동네 청년이었다. 서울 동대문경찰서는 16일 오후 양씨를 제주도에서 서울로 압송했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손목을 자해한 뒤 치료를 받기 위해 부모가 사는 제주도의 H병원에 입원했다가 검거됐다. 양씨는 경찰 수사망이 좁혀들자 불안감에 자해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씨는 이날 오전 수술을 받고 서울 동대문서로 이송된 뒤 오후 8시부터 1시간가량 조사를 받았다.
양씨는 범행 사실 일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범행 시간 직전 범죄 현장에서 양씨의 얼굴이 찍힌 CCTV 화면 등 증거 자료를 제시했지만 양씨는 자신이 아니라며 부인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수술 후유증을 호소하는 양씨를 안정시키기 위해 충분한 조사를 하지 못했다”면서도 “(양씨가) 범죄 사실을 모두 부인하고 거짓말로 일관하는 등 범행에 대해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양씨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양씨가 성범죄 전과가 없는 동네 주민으로 밝혀지자 정부가 잇달아 내놓은 아동 성폭력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그동안 정부는 아동 성폭행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DNA 정보수집, 화학적 거세, 전자발찌 등 주로 성범죄 전과자를 중점 관리하고 감시를 강화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양씨처럼 감시나 통제, 관찰 대상이 아닌 성범죄 가해자에 의한 아동 성폭력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6월 부산 사상구와 대구 달서구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성폭행 사건의 가해자 역시 평범한 이웃이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가해자 처벌 위주의 대책에만 집중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처벌 위주의 대책은 전체 성폭력 사건의 80%를 차지하는 ‘주변 사람에 의한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경찰대 범죄심리학과 이웅혁 교수는 “성범죄 신고율은 9%에 그치고 있다”며 “전자발찌 등의 대책으로는 관리가 되지 않는 나머지 성범죄자를 통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웅빈 김수현 기자, 사진=이동희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