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능올림픽 첫 금메달 ‘국민 영웅’ 홍근삼·배진효씨 “우리는 영원한 현역입니다”

입력 2010-07-16 18:17

한국에 첫 기능올림픽 금메달을 선물한 ‘명장’은 누구일까. 1967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16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출전한 홍근삼(70·양복) 선수와 배진효(62·제화) 선수가 그 주인공들이다.

온 국민이 가난에 시달리던 당시 이들의 금메달 소식은 나라 전체를 들뜨게 했다. 김포공항에서 서울 시내까지 카퍼레이드가 펼쳐지는 동안 시민의 환호가 끊이지 않았다. 언론의 집중조명을 받았고 팬레터도 끊이지 않아 말 그대로 ‘국민 영웅’ 대접을 받았다.

40여년이 지났지만 그들은 아직도 현장을 지키고 있다. 한국 나이로 올해 71세인 홍씨는 국제대회에서 인정받은 특기를 살려 종로에서 양복점을 운영 중이다. 백발에 눈도 침침하지만 홍씨는 “1년에 20벌 정도 양복을 제작하며 용돈을 버는 수준이지만 현장을 떠나기 아쉽다”고 말했다.

배씨도 동대문 근처 제화회사에서 현역으로 뛰고 있다. 배씨는 “지금도 신발의 목형을 손으로 제작하고 있다”며 “맘에 드는 작품이 나올 때의 기쁨을 즐기고 있다”고 한다. 이들의 금메달을 신호탄으로 한국은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서 꾸준한 성적을 거둬왔다. 이후 한국은 25차례 출전에 16차례 종합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기능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드높였다.

그러나 금메달을 휩쓸고 있는 후배들에게 두 사람이 받았던 국민 영웅이란 칭호는 먼나라 얘기가 됐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오히려 기능인들이 홀대받는 풍조마저 생겨나는 판이다.

배씨는 “모든 것이 자동화되고 있지만, 사람 손이 가지 않고 제품이 나오는 경우는 없다”며 “젊고 우수한 현장 기능인들이 양성되지 않으면, 모든 제품을 수입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