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적 알리고 한·미 FTA 홍보… 오바마 ‘계산된 행보’
입력 2010-07-16 18:09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LG화학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공장 기공식에 기꺼이 참석한 까닭은?
자신의 핵심 정책을 적극 홍보하는 것. 물론 향후 정치적 전략과 아주 깊은 연관성이 있어서다.
오바마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미시간주 홀랜드에서 진행된 기공식에 참석했다. 대통령이 외국 기업의 공장 기공식에 참석한 건 매우 이례적이다. 그의 재임 중 처음이기도 하다. 이 공장은 전기자동차 개발·양산 정책에 따라 미국 연방정부로부터 1억5100만 달러를 지원받는다. 이 돈은 바로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해 공화당과 보수세력의 엄청난 반대를 무릅쓰고 의회 통과를 시킨 경기부양법의 시행에 따라 지원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축하 연설에서 바로 단상 앞에 앉아있는 이 지역 출신 공화당 소속 피트 혹스트라 하원의원을 직접 거명하며 “그가 이 자리에 와서 경기부양법에 의한 지원을 축하하는 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비꼬았다. 혹스트라 의원은 경기부양법에 가장 반대했던 의원이었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기공식에 가는 건 경기부양책으로 얼마 만큼 일자리가 생기고 경기활성화에 도움이 되는지를 ‘점호’하러 가는 것”이라며 “누가 옳았고, 누가 틀렸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LG공장으로 일자리는 당장 500여개가 새로 생기고 지역 경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설에서 “이 공장은 단지 새 공장 건설 이상의 의미가 있다.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하는 것으로, 미국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지난 4년간 미국에서 가장 높은 실업률(현재는 네바다주에 이어 2위)을 보였던 미시간주에 몸소 찾아간 건 바로 자신의 치적을 적극 홍보하고, 공화당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다. 미 언론들도 이런 측면에 초점을 맞춰 그의 이례적인 기공식 방문을 보도했다.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적극 밀고 있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도 관련이 있다. 그는 11월까지 한·미 FTA 해결 방침 이후 ‘한·미 FTA=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공장 건설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점을 보여주면서, 한국과의 FTA 체결이 미국 이익에도 부합된다는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심어주는 효과이다. 아브라함 김 한·미경제연구소(KEI) 부소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공장 기공식 참석은 바로 이런 이미지 효과를 노린 측면이 있다”며 “그냥 이뤄진 게 아니고 치밀하게 계산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그가 강력히 추진 중인 클린에너지 정책을 부각시키고, 침몰해가는 자동차산업의 회생 방안을 적극 챙기고 있다는 인상을 자동차산업 노조들에게 심어주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