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무 복무 사병까지 성적 매긴다니
입력 2010-07-16 17:51
내년부터 입대하는 일반 사병들을 상대로 군복무 성과평가 제도가 시행된다. 취업에 활용되도록 경제단체들과 양해각서까지 체결한다고 한다. 병역 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사병들에게까지 성적을 매기려는 신자유주의적 발상이 놀랍다. 학교성적과 각종 자격증은 물론이고 어학연수에 블로그 활동까지 따지는 게 요즘 기업들이 요구하는 지원자 스펙(specification)이다. 병역을 마친 청년들은 여기에 병역면제자에게는 부과되지 않는 신종 스펙이 추가되는 셈이다. 군복무 성과평가가 낮을 경우 국가에 복무한 2년 세월이 사회생활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게 됐다. 이런 불공평한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방부는 사병들이 생산적으로 군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엄격한 계급질서에 평가받는 스트레스까지 더해진다면 군 생활은 더욱 팍팍해진다. 청년들이 애국심과 안보관을 함양하고 전투술을 연마하며 다양한 인간과 관계 맺는 법을 배워 사회생활의 기초를 닦는 것만으로도 군 생활의 생산성은 충분하다.
공정한 평가가 이뤄질지도 의문이다. 기본훈련, 체력단련, 자기계발과 사회봉사 등 3개 항목으로 나눠 직속상관이 성과를 기록한다는 것인데 평가자는 평가받는 사람의 군대 생활뿐 아니라 사회생활에 대해서까지 권력을 행사하는 셈이 된다. 평가를 받는 사람이 민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자기에게 맞는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불이익이 없도록 한다고 하나 그럴 리 없다. 목표 수준과 성취도야말로 기업이 인재를 고르는 잣대다. 국방부는 기업이 평가서를 요구할 경우 본인 동의가 있어야 발급하겠다고 하나 발급에 동의하지 않는 지원자를 기업이 뽑으려 하겠는가.
군은 기본적으로 전투집단이다. 특히 전우애로 뭉쳐야 할 사병들이 성과평가 제도에 의해 내부 경쟁을 하게 될 때의 역기능을 생각해야 한다. 먼저 제도 도입에 대한 현역 사병들의 여론부터 조사해보길 권한다. 어설픈 평가제도보다 선행이나 공적이 있는 사병을 표창하고 취업 때 가산 자료가 되도록 해주는 게 사병들의 사기를 올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