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正義란 무엇인가’란 무엇인가
입력 2010-07-16 17:51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저서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국 서점가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5월 24일 출간된 책은 천안함 사태와 지방선거의 소란 속에서도 입소문으로 전파되다가 지난주부터 2주째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1만부만 팔려도 대박으로 평가받는 인문학 서적이 15만부에 육박하는 자체가 이례적인 데다, 철학서가 종합 1위에 오른 것은 2000년 ‘노자와 21세기’ 이후 10년 만이다. 책의 성격이나 질을 따지면 국내 출판사상 초유의 일이어서 가히 ‘문화적 사건’이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내용과 형식 면에서 독자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하다. 내용 면에서 정의의 개념에 대해 이토록 진지하게 성찰한 것은 없었다. 더욱이 우리 사회는 4·19 이후 정의를 망각했고, 군사독재 이후에는 민주를 확보하면 정의는 따라오는 것으로 인식했다. 신군부가 집권해 민주정의당(민정당)을 창당하면서 정의는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했다. 이 책은 소홀히 여겼던 고전적 가치에 대한 목마름이자 반성적 책읽기에 다름 아니다.
형식도 참신하다. 저자는 30년 가까이 하버드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면서 소크라테스식 토론수업을 이끌었다. www.justiceharvard.org 사이트에 들어가면 그가 학생들과 함께 열정적으로 진행하는 수업을 볼 수 있다. 그는 태풍이 휩쓸고 지나간 지역에서 생수를 평소보다 10배 높이 부르며 폭리를 취하는 것은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인가, 소수 인종이라는 이유로 취업에서 혜택을 받는 것은 정의로운가, 조상의 죄를 후손이 속죄해야 하는가 등 껄끄러운 문제에 대해 생생한 사례연구로 해답을 찾는 점이 어필했다.
이 책이 우리에게 던지는 교훈은 묵직하다. 독자들은 이념의 좌우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으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이 책이 많이 읽힌다는 것은 우리 지식인 사회의 저류를 확인하는 것이다. 물의 흐름이 평온하면 담수가 되어 사람의 식탁에 오르지만 태풍을 만나면 홍수가 되어 둑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책은 늘 세상을 비추는 거울의 역할을 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