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민가서 즐긴 여름 보양식 알고 보니 ‘닭’
입력 2010-07-16 17:53
19일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시내나 강에서 목욕을 하자. 그날은 초복. 복날 목욕을 하면 몸이 여윈다니 ‘여기 볼록 저기 볼록’ 군살이 걱정인 사람들에게는 기회다. 우리 조상들은 그리 믿었단다. 하하….
중복이 이달 29일, 말복이 8월 8일이다. 삼복은 한해 중 무더위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때다. 조선시대에는 궁중에서 벼슬아치들에게 더위를 이겨내라고 얼음을 하사했다고 한다. 요즘은 집집마다 얼음 얼리는 냉장고에 찬바람 쌩쌩 나오는 에어컨까지 있으니 임금 부럽지 않은 여름을 보내는 셈이다. 시원하게 보내기는 하지만 몸이 허해지긴 마찬가지. 땀을 흘려야 할 때 찬바람을 맞으니 냉방병까지 겹쳐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여름 타는 식구들을 위해 예전 우리 조상들처럼 복달임을 해보자. 양반들은 쇠고깃국, 서민들은 개고깃국을 뜨끈하게 끓여먹고, 시원한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거나 바닷가 백사장에서 모래찜질을 하며 더위를 물리쳤는데, 이를 복달임이라고 했다고. 월요일이 초복이니 주말 저녁이나 일요일 보양식을 마련해 식탁에 내놓아 보자.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양향자 원장은 “한여름 보양식으로 궁중에선 시원한 초계탕, 민가에선 뜨끈한 삼계탕을 주로 먹었다”면서 재료가 싸고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닭요리를 마련해보라고 권했다. 양 원장은 임금이 즐겼다는 초계탕, 여름철 기운을 북돋워주는 한약재를 듬뿍 넣은 한방백숙, 탕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을 위한 닭고기 샐러드를 복요리로 추천했다. 우리 음식의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하고 있는 양 원장의 도움말로 만드는 법을 알아본다.
오가피 백숙
<재료> 닭 중간크기 1마리, 가시오가피 100g, 둥글레·당귀·헛개나무·황기·녹각·대추 5g씩, 마늘 10쪽, 찹쌀½컵,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① 닭을 깨끗이 손질하고, 찹쌀은 씻어서 불려 놓는다. ② 닭 속에 가시오가피 등 한약재를 넣고 실로 발을 꼬아 묶은 뒤 솥에 넣고 닭이 잠길 만큼 물을 붓는다. ③ 센 불에 올려 한번 끓어오르면 중불로 줄인 다음 한 시간쯤 끓인다. ④ 닭이 익으면 마늘과 찹쌀을 넣고 다시 한소끔 끓이면서 저어 준 다음 소금으로 간한다.
들깨 소스 닭 샐러드
<재료> 닭가슴살 150g(두쪽), 청주 2큰술, 양상추 2잎, 양파·노란 파프리카·빨간 피망·파란 피망·참외·천도복숭아 ·레몬 ½개씩, 당근 ⅔개, 방울토마토 8개, 키위 1개, 흑임자 약간, 들깨소스(들깨가루 5큰술, 올리브유 3큰술, 설탕·레몬즙 1큰술씩, 식초 2큰술, 소금 1작은술)
<만드는 법> ① 닭가슴살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은 다음 청주를 넣고 센불에 익힌 뒤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 준비해놓는다. ② 야채와 과일은 물에 씻은 뒤 채반에 받쳐 물기를 없앤다. ③ 양상추는 적당한 크기로 손으로 찢고, 양파 등 야채는 곱게 채 썰고, 참외 등 과일은 한입 크기로 썰어둔다. ④ 준비한 레몬의 절반은 즙을 내고, 절반은 납작하게 썰어 둔다. ⑤ 들깨 소스 재료를 볼에 넣고 섞는다. ⑥ 접시에 야채와 과일, 닭가슴살을 예쁘게 담은 뒤 소스를 뿌린다. 흑임자를 뿌려 장식하고, 새콤한 맛을 즐긴다면 즙을 짜서 뿌릴 수 있도록 납작하게 썬 레몬을 접시 옆에 놓는다.
초계탕
<재료> 닭고기 300g, 청포묵 500g, 전복 20g, 오이 50g, 표고버섯·당근 30g씩, 실고추·잣 약간씩, 계란 1개, 닭고기육수(대파 ½대, 마늘 10쪽, 생강 10g, 청주 3큰술),국물양념(깨소금 1작은술, 국간장·식초 1큰술씩, 불린 겨자·설탕 ½큰술씩, 후춧가루 약간), 표고버섯 양념(참기름 약간, 다진 파·간장 1큰술씩, 다진 마늘·설탕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전복 양념(참기름·소금 약간씩)
<만드는 법> ① 닭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대파, 마늘, 생강, 청주를 넣고 1시간쯤 푹 삶는다. ② 닭은 건져내 먹기 좋은 크기로 찢어 놓고, 남은 국물에 국물양념을 넣고 섞어준다. ③ 표고버섯은 불려서 기둥을 떼어내고 가늘게 채썰어 양념한다. ④ 전복은 데친 뒤 곱게 채썰어 참기름과 소금을 넣고 볶는다. ⑤ 오이는 돌려깎기해 소금에 절였다가 볶는다. ⑥ 청포묵과 당근은 가늘게 채썬다. ⑦ 계란은 노른자와 흰자를 분리해 지단을 부쳐 각각 가늘게 채썬다. ⑧ 그릇에 청포묵을 담고 오이 전복 표고버섯 당근 계란지단을 예쁘게 돌려 담은 다음 가운데 찢은 닭을 올리고 실고추와 잣으로 장식한다. ⑨ 육수를 가장자리에서 자박자박하게 붓는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