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후기) 인생' 노연홍 식약청장의 신앙간증

입력 2010-07-16 15:49


[미션라이프]“저는 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떨어지며 2차(후기) 인생을 살아왔지만 무척 행복합니다. 실패를 경험하며 겸손의 미덕을 배웠으니까요. 여러분도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노연홍(55·평촌감리교회 권사)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은 15일 서울 양재동 L타워에서 열린 교계 ‘Twelve(12) College’ 모임에 참석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국내 몇 안 되는 ‘보건의료통’인 고위 공직자가 ‘2차’ ‘후기 인생’을 운운하자 장내가 숙연해 졌다.

노 청장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릴 때 성경에서 2인자로서 성실히 여호수아를 보좌하며 하나님의 축복을 받은 갈렙 이야기를 읽고 저 또한 이류인생이 아닌 소중한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또 “자신을 향한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에 늘 감사드리게 됐다”고 고백했다.

우리나라의 먹을거리와 의약품 안전을 책임지는 노 청장은 경동고등학교와 한국외국어대 노어과를 졸업했다. 행시 27회로 보건복지부 인구아동정책관, 보건의료정책본부장을 역임한 뒤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을 지냈다.

“생각해 보십시요. 우리사회에서 승자는 소수이고 패자가 다수입니다. 제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했다면 오늘날 얼마나 많은 것을 놓쳤겠습니까?”

그는 “인간의 욕심은 무한대”라며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은 분모를 무한대로 놓는 것이 아닌, 분모를 최대한 줄여 행복 지수를 크게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 행복이란 하나님께 순종하며 겸손하게 성실히 살아가면 항상 가능성이 존재하고 그 자체가 즐거운 삶이라는 것.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을 계속 증명하려 합니다. 일종의 ‘입증 콤플렉스’(validation complex)죠. 하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인생 성공은 없습니다.”

그는 강연 도중 성경 에스더 9장과 민수기 14장을 찾아 읽었다. 그리고 갈렙과 하만의 인생을 비교하고 나섰다.

“갈렙은 2인자였지만 성실히 여호수아를 보좌하며 헤브론 산지를 점령하는 하나님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겸손함이 하나님께 인정을 받은 셈이지요. 반면 하만은 높은 지위에 올랐으나 소수 민족 출신으로 불안감에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하고 권력을 남용하다 처형당했습니다. 갈렙 처럼 하나님의 뜻에 따라 겸손하게 사는 게 성공한 인생이 아닐까요?”

그는 “분쟁보다 평화의 도구로 사용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그리고 가장 우수한 사람을 써서 조직을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지만 (상대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직원들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로 취임 100일째를 맞은 노 청장은 부하 직원의 가정 대소사는 물론 평소 업무에 대한 불만까지 일일이 챙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때문에 식약청에선 ‘영국 신사’나 ‘젠틀맨’ 등의 별명이 따라 다닌다.

간증 말미에 그는 ‘언유재이’(言猶在耳)라는 사자성어를 남겼다.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경청해 국민의 건강과 국가경쟁력을 선도하는 선진 식의약 안전 국가를 이루어내겠다는 노 청장의 의지를 담고 있다.

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