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제한 위반 포스코 증축 공장…軍 철거통보, 1조원 들인 건물 헐리나

입력 2010-07-16 04:06


군이 군사시설제한구역에 증축 중인 포스코 건물에 대해 ‘비행안전영향평가’ 실시 후 최종 ‘철거’ 통보를 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본보 3월10일자 1면 보도). 포스코에서는 이미 1조원이 넘는 공사비를 투입한 상태여서 군이 실제 철거 절차에 착수할 경우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포스코는 2008년 6월 포항시 동촌동에 위치한 신제강공장 증축에 착수했다. 공사는 약 1년간 진행됐고, 건축물의 높이는 84.7m에 달했다. 그러나 건물이 세워진 공장 지역은 인근 전투비행단 활주로에서 2㎞ 떨어진 곳으로 군사기지 및 군사시설보호법상 비행안전5구역에 해당돼 66.5m 이상 구조물을 세울 수 없는 곳이었다. 해당 지자체인 포항시는 증축허가를 내주기 이전에 군과 사전협의를 거쳐야 했지만 이 절차가 무시됐고, 군은 뒤늦게 사태를 파악했다.

군은 즉시 포항시와 포스코에 불법 건축물 허가를 취소하고 원상회복할 것을 요구했다. 포항시와 포스코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경제적 손실 등을 이유로 공사 재개를 요청했고, 군은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비행안전영향평가를 실시한 이후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에 지난 3월 2일 보고된 비행안전영향평가 결과 ‘포항기지의 법적지위 및 지역 특수성 고려시 비행안전 확보 미흡’으로 최종 결론이 내려졌다. 군은 이에 5월 17일 포항시에 위법 건축물에 대한 ‘원상회복’ 조치 결과 등을 빠른 시일 내 통보해줄 것과 미이행시 법적 조치를 추진하겠다는 공문을 전달했다. 법에 따르면 비행안전구역 내 불법건축물은 퇴거 요구에 불응할 경우 강제로 철거하거나 이전시킬 수 있다.

포항시는 군의 요구에 불복해 6월 1일 국무총리실 행정협의조정위원회에 포스코 건축물 관련 조정을 요청했다. 이후 총리실은 군과 포항시 관계자를 불러 의견을 청취했고, 이달 말쯤 행정협의조정을 위한 실무위원회를 열 계획이다.

문제는 불법건축물이 행정조정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여부다. 지난해 논란이 됐던 제2롯데월드는 국방부가 건축을 반대하자 행정협의조정을 통해 건축이 허가된 경우다. 그러나 이미 불법 건축물이 들어선 상태에서 군과 지자체가 행정협의조정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다. 총리실 관계자는 “지방자치법 168조에서는 이해 당사자가 요청하면 조정하도록 규정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익명을 요구한 행정협의조정위원은 “현행법에 위배되는 것은 행정협의를 통한 조정 대상이 안 되고, 조정이 성사되더라도 효력이 없다”고 밝혔다.

포스코 관계자는 “이미 전체 공정은 83%가량 진행됐고, 전체 공사비(1조4000억원) 중 1조원 이상 집행됐다”며 “건물 높이를 낮출 수 있는 마땅한 방안도 없어 난감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