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포라인’ 후원금 의혹 콘텐츠산업협회 ‘유령단체’ 논란

입력 2010-07-15 22:35

‘영포라인’ 논란의 중심에 있는 전 청와대 비서관이 대기업에 수십억원의 후원금 지원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한국콘텐츠산업협회(KOCIA)가 ‘유령협회’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회원사들 상당수가 회원인 사실을 모르는 데다 활동도 거의 없고, 재정도 불투명해 설립 배경에 의혹이 쏠리고 있다.



15일 한국콘텐츠산업협회와 회원사 등에 따르면 이 협회는 민간차원에서 콘텐츠산업을 지원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2008년 12월 출범했다. NHN, 롯데시네마, 김종학 프로덕션 등 20여개사가 이사사로, 한국음원제작자협회, 한국영화인협회 등 41개 단체·기업이 일반 회원사로, 10여명이 개인 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회장은 손병두 KBS 이사장이, 부회장은 유선기 전 선진국민연대 사무총장 등이 맡고 있다. 협회는 당초 한국문화콘텐츠산업협회로 출발했으나 지난 5월 현 명칭으로 바꿨다.

협회는 콘텐츠 발굴 및 제작 지원, 콘텐츠 산업 발전을 위한 조사·연구 및 전문인력 양성, 예술·미디어·통신 간 융합을 통한 콘텐츠 산업화 지원 등을 표방하고 있지만 활동은 미미하다. 1년에 1∼2차례 포럼을 여는 게 거의 전부다. 지난해 상금 3억원을 내걸고 대한민국콘텐츠공모전을 열었지만 올해는 계획이 없다. 우수 콘텐츠업체를 후원하는 ‘베스트콘텐츠컴퍼니 30’ 사업 계획도 슬그머니 접었다.

특히 회원사들조차 회원인 사실을 모르고 있다. 본보가 41개 일반 회원사에 확인한 결과, 32개사는 회원 가입 여부를 모르고 있었다. 3개사는 가입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협회 활동은 전혀 하고 있지 않았다.

회원사인 MBC프로덕션 관계자는 “어떤 경로로 가입됐는지 모르겠다. 회비를 낸 적도 없고, 협회로부터 무슨 활동을 했다는 소식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회원가입 규약에 따르면 회원은 기업의 경우 1000만∼3000만원, 개인은 100만원 이하를 가입비로 내야 한다.

김세을 협회 사무처장은 이와 관련 “2008년 발기인대회 때 참석한 업체들을 회원사로 명시했다. 가입비를 내고 등록을 해야만 회원인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회비를 받으면 누가 가입을 하겠느냐. 부족한 재원은 물밑에서 조용히 마련한다”며 “협회가 생긴 지 얼마 안 됐고, 이제부터 재정기반을 쌓아가고 역할도 분명히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본보가 취재에 들어가자 협회는 홈페이지에 올라 있던 유 부회장 등 이사들의 명단을 삭제했다.

이선희 기자, 김우수 대학생 인턴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