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본 우리 경제… 하반기 불확실성에도 완만한 성장
입력 2010-07-15 18:39
“이제 남은 과제는 기준금리를 어느 정도 폭으로, 어떤 속도로 상향 조정할 것이냐에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14일 사뭇 달라진 발언을 했다. 지난 9일 한국은행이 사실상 2년여 만에 0.25% 포인트 금리를 올릴 때까지만 해도 ‘한은의 몫’이라며 신중모드로 일관했었다. 때문에 벌써부터 하반기 금리 추가 인상이 확실해졌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의 경기 확장세가 2분기 들어 둔화되고 미국 소비판매가 두 달 연속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대외여건이 불안하긴 하지만 국내 경기는 견실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올 0.5% 포인트 금리 인상할 듯”=국내 경제 전문가들은 평균적으로 9월, 11월 0.25% 포인트씩 두 차례 기준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유럽과 미국, 중국 등의 경기 부진에도 우리 경제가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경기 회복세가 더뎌질 것이란 전망에는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정부는 상반기 성장률 7.2%를 달성한 것으로 추정한 데 반해 하반기에 4.5%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전문가들 역시 둔화세가 크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오히려 정부 전망치보다 높은 성장률을 내놨다. 5.0%가 넘을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 경제 곳곳엔 불확실성이 산재해 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큰 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아예 없지 않다는 얘기다. 이 같은 전망 배경엔 남유럽 재정위기와 미국 경기 부진 등을 들었지만 중국 긴축정책 영향이 클 것이란 풀이가 많았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남유럽 재정 사태나 미국의 소비 및 주택가격 감소도 문제지만 가장 관건은 중국의 성장 둔화”라며 “중국이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 이제 정점에 이른 것으로 보이고 하반기엔 둔화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국내 부동산 시장 약세와 가계부채에 따른 소비 둔화도 하반기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아킬레스건으로 꼽혔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국제·거시경제실장은 “부동산 가격 하락과 가계부채로 인해 소비 감소가 이어지고 이에 상반기보다 하반기 경기가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반기 물가 안심은 ‘금물’=물가 상승세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정부 전망이 다소 보수적이라는 데 입을 모았다. 정부는 하반기 소비자 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상승할 것으로 보고 연간으로는 2.9%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상반기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상승하는 등 한은의 목표범위(3.0±1%)를 벗어나지 않았지만 당초 예상치 2.5%를 웃돈 수치를 기록, 하반기에도 안심할 수 없다는 판단이 대다수였다.
전문가 6명 중 4명이 정부 전망치보다 높은 3.2∼3.6% 상승률을 전망했다. 김윤기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는 “공공요금 억제 가동이 풀리면서 수요 측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며 “4분기에는 3.5∼3.6% 정도까지 물가가 오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전했다.
하반기 우리 경제가 계속된 훈풍을 타기 위해선 어떤 경제지표가 나아져야 할까. 단연 첫 번째는 전체적으로는 살아나는 듯 한 흐름을 보이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고용 분야가 뽑혔다. 6명 모두 같은 답변이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상환 능력이 생겨야 하는데 이를 위해 일자리가 필요하다”며 “지난해 7만개의 일자리가 감소했는데 올해 30만개가 늘어도 예년 평균치에 도달하려면 40만∼50만개가 더 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내수 기반 확대와 민간 기업 투자 증대도 중요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김현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장기적으로 세계 경제가 4∼5년 새 불균형이 조정되면서 대외 수요가 하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리 경제 성장을 꾸준히 이어가려면 서비스 산업에 기반을 둔 내수 시장이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아진 이용상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