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안의 주식거래 시대 ‘활짝’… 스마트폰 붐 타고 급속 확산
입력 2010-07-15 18:36
15일 오후 2시 서울 목동의 한 사무실. 회사원 안모(31)씨가 아이폰 화면을 주시하더니 파란색 매도 버튼을 ‘터치’했다. 전날 1주당 4480원에 500주를 샀던 코스닥 종목 ‘○○신약’을 4585원에 몽땅 팔았다. 반나절 동안 주가가 올라 수익률이 2.34%. 그 자리에서 5만원가량을 벌었다. 안씨는 “밥값 벌었다”며 웃음을 지었다.
안씨가 휴대전화로 주식을 팔기까지 걸린 시간은 1분도 안 된다. 지난 4월 스마트폰인 아이폰을 구입하고 한 증권사의 주식거래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다운받은 뒤 가능해진 일이다.
◇‘손 안의 객장’ 시대 열렸다=스마트폰으로 주식을 매매하는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새로운 주식거래 형태로 떠오르고 있다.
개인컴퓨터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기존의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진화한 것이다. 모바일 주식거래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스마트폰 붐이 일면서 MTS 거래가 본격화하는 추세다. 컴퓨터에서 주식을 거래하듯 이용방법이 간편하기 때문. 일반 휴대전화로는 실시간 시세 확인이 어렵고, 데이터 사용료가 발생해 그동안 이용자가 소수에 그쳤다.
MTS는 30∼4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늘고 있다. 회사 방화벽에 막혀 근무시간 주식 거래가 불가능했던 이들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린 셈이다. 언제, 어디서나 주식 거래가 가능해 주가 변동이 큰 코스닥시장에서 단타 매매를 즐기거나 외근이 잦은 직장인에게 인기다.
여의도의 한 증권사 직원은 “주식거래용으로 스마트폰을 따로 구입해 휴대전화를 2개 들고 다니는 직원도 많다”고 귀띔했다.
삼성증권이 자사 MTS 고객을 연령별로 분석한 결과 40대(41%·7303명)가 가장 많았고, 30대(37%·6486명), 50대 이상(15%·2688명), 20대 이하(7%·1202명) 등의 순이었다. 2006∼2008년 3년 동안 평균 4조원으로 정체됐던 모바일 주식 거래액은 지난해 스마트폰 열풍에 힘입어 7조2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우리투자증권은 스마트폰 주식거래 고객이 지난해 말 1450명에서 올 들어 4930명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상황은 타 증권사도 마찬가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9일까지 유가증권·코스닥시장의 총 MTS 거래 규모는 약 38조원으로 전년 동기(34조원)에 비해 12.2% 증가했다. 이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많은 코스닥시장(17조5613억원)은 전년에 비해 34.7%나 늘었다.
◇증권사 MTS 과열경쟁=향후 MTS 주식거래 비중이 전체 주식거래에서 10% 이상 차지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면서 MTS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증권사의 경쟁도 후끈 달아올랐다. 주식거래 시 수수료 무료, 스마트폰 공짜 지급 등 ‘출혈 경쟁’이 치열하다.
이러다보니 지나친 양적 팽창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마케팅에 열을 올리면서 정작 중요한 콘텐츠 개발은 뒷전으로 밀리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의 MTS 담당자는 “올 초 0.1%였던 MTS 수수료율이 0.015%까지 떨어지는 등 앞 다퉈 수수료율을 내리고 있다”며 “콘텐츠 개발은커녕 시스템 유지비용을 감당하기도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주식거래를 즐기는 안씨도 “거래하는 데 불편은 없지만 관련 정보나 분석 콘텐츠가 부족해 아쉽다”면서 “몇 개월 뒤 은근슬쩍 수수료율을 올리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황원철 KB투자증권 IT센터장은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해 개인투자자의 니즈(요구)를 따라가지 못하는 곳은 자연스럽게 도태될 것”이라며 “스마트폰에서 구현할 수 있는 콘텐츠 차별화가 생존의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