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모 서해진입 백지화는 美 ‘천안함 출구전략’?
입력 2010-07-15 18:21
한·미 군 당국은 한목소리로 이번 연합훈련이 중국 반발과 무관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이 민감하게 여겼던 미국 항공모함의 서해 진입계획을 백지화하면서, 천안함 사태의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제프 모렐 미 국방부 대변인은 14일(현지시간) “이번 훈련은 공해상, 국제수역에서 실시되는 우리 훈련”이라며 “그 훈련에 대한 결정은 오로지 우리가 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훈련 장소나 시기, 참여범위, 방식, 투입 전력 등은 오직 미국과 동맹국 한국과의 협의에 따른 것이지, 중국의 압력과는 상관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언급이다.
당초 조지 워싱턴호의 서해 진입 계획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훈련 계획 변경이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또 모항인 일본 요코스카항으로부터 동해가 서해보다 이동시간이 짧아 훈련기간이 늘어난다는 측면도 강조했다.
우리 국방부도 중국의 반발을 의식해 항공모함 훈련 장소가 바뀐 것으로 해석되는 것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국방부 관계자는 “훈련지역을 설정하는 것은 특정국의 입장보다 한·미 간 필요에 의해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조지 워싱턴호는 지난해 10월 서해에서 훈련한 적이 있다”며 “올해는 동해에서 실시하기로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조지 워싱턴호의 작전 반경은 1000㎞가 넘는다”며 “훈련을 서해에서 실시하든 동해에서 실시하든 내용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훈련은 천안함 사태가 벌어진 해역에서 항공모함을 포함하는 대대적인 무력시위를 통해 도발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내는 한편, 한·미 동맹을 과시하는 상징적 측면이 강했다. 따라서 당초 입장보다 후퇴한 셈이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은 훈련규모를 연례적인 참가규모보다 확대해 보완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훈련 규모는 매머드급으로 예상된다. 기존 항공모함 전단에 일부 수상함과 전투기, 핵 잠수함 등이 추가되고 훈련 내용도 해상기동과 해상사격, 대잠훈련 등 다양해질 것으로 전해졌다. 7함대 소속 니미츠급 항모인 조지 워싱턴호를 포함해 9000t급 순양함, 7000∼8000t급 이지스 구축함, 상륙지원함과 핵잠수함 등이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측에서는 4500t급 한국형 구축함 KDX-II, 1800t급 잠수함, F-15K 전투기 등이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