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7·28 재보선이다] 한나라당 이재오 후보 “뉘우쳤다… 다시 기회를”

입력 2010-07-15 22:34


전국 8개 선거구에서 치러지는 7·28 재·보궐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15일 시작됐다. 6·2 지방선거 이후 민심의 변화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기회인 데다 민주당으로선 차기 당권 창출과도 밀접하게 관련돼 있는 선거다. 여당은 안상수 신임 대표 체제 출범 및 청와대 개편 이후 ‘국정안정론’을 기치로, 야권은 지방선거의 연장선상에서 ‘제2의 정권심판론’을 내걸고 격전에 돌입했다. 한나라당은 재·보선 총력지원체제를 꾸렸고, 김무성 원내대표가 충북 충주로 내려가 첫 지원유세를 벌였다. 민주당은 정세균 대표와 정동영 손학규 상임고문 등 수뇌부가 서울 은평을에 총출동해 선거대책본부 출정식을 가졌다.

한나라당 후보로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 출마한 이재오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15일 하루 내내 혼자 유세를 다녔다. 정치생명을 걸고 지역구 탈환에 나선 그의 뒤에는 수행비서 2명만 있었다. 새벽 5시 구산동 자택에서 자전거를 타고 나오는 것으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구산역 사거리에서 출근 인사를 마치자마자 대중목욕탕을 찾았다. 이어 오전 10시 대조동 대조감리교회에서 노인대상 급식 봉사활동을 했다. 기자들이 몰리자 짬을 내 인터뷰에 응했다. 그는 “41년간 살아서 은평구는 부모와 같은 지역이고 정치적인 고향”이라며 “선거 환경(당선이 쉽지 않다는 뜻)이 어렵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그렇다고 부모와 고향을 버릴 수는 없었다”고 말했다.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여당 지도부가 새로 꾸려지면서 지원 얘기가 나왔으나, 이 후보는 “나를 살리려면 한강을 건너오지 말라”며 거절했다고 한다. 정국 현안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은평 선거와 관계없잖아. 내가 지금 한눈팔게 생겼냐”며 단칼에 잘랐다.

이어 이 후보는 문방구 슈퍼마켓 음식점 부동산중개업소 등 문이 열려 있는 곳은 어디든 들어가 90도로 인사했다. 거의 모든 이들이 그를 알아봤다. 그런 그가 골목을 누비며 유권자를 찾아다니는 이유는 뭘까. 측근은 “지난 총선 땐 유세 현장마다 전국에서 지원하겠다고 몰려온 사람들 때문에 정작 지역주민과는 제대로 인사도 못 나눴다”고 했다. ‘정권 실세’로 불리며 중앙무대에서 활약했지만 상대적으로 지역구에 소홀했고, 이게 패인이었다는 얘기다. 이번에 ‘많이 뉘우쳤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구호를 내건 것도 이 때문이다.

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대조동에서 분식점을 하는 정모(50·여)씨는 “고생해봤으니 이젠 잘하지 않겠냐”고 했다. 반면 불광동에서 만난 최모(74)씨는 “반성했다지만 결국 당선되면 똑같아지지 않겠느냐”고 되물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