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르렁’ 거리는 백악관-재계
입력 2010-07-15 18:44
상의,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정책 맹비난-백악관, 근거 없이 비난만 한다며 역공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백악관과 재계가 서로를 향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 재계를 대표하는 상공회의소는 14일(현지시간) 개최한 일자리 대책 모임에서 오바마 행정부의 경제 정책을 맹비난했다. 백악관도 상의(商議)를 향해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토머스 도너휴 상의 회장은 이날 모임에서 “자유로운 기업 활동이 광범위하게 공격 받고 있다”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상의는 또 백악관에 공개서한을 보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재계와 동반자 관계를 유지하면서 일자리를 만드는 유용한 아이디어를 수용하지는 않고, 기업을 비난하고 정부 규제와 세금 재정적자를 확대하며 일자리를 파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백악관은 오히려 재계가 자신들과 접촉을 거부하며 근거 없는 비난을 쏟고 있다고 반박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경제담당인 밸러리 재럿 선임보좌관은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모임에 참석해 연설하겠다고 상의에 밝혔으나 거절당했다”며 “우리를 초청한 적도 없고 간다고 해도 내쫓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럿 보좌관은 또 “재계의 언행에 놀라움과 실망감을 감출 수 없다”며 “재계와 함께 공동의 목표를 위해 매일 같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을 그들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상의는 백악관이 겨우 하루 전날 참석 의사를 밝혔다며 “모임 직전에 순서를 끼워주지 않았다고 불평이나 하는 것에 다소 실망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백악관은 그동안 건강보험 개혁과 금융규제 개혁 법안, 온실가스 대책 등 중요한 정책을 추진할 때마다 상의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인 데 대해 내심 불만을 가지고 있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국민의 과반수이상이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정책에 실망감을 나타내고 있어 백악관은 재계의 반응에 더욱 민감한 상황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상의 모임이 열린 14일 백악관에서 워런 버핏, 케네스 루이스 뱅크오브아메리카 회장, 데이비드 코트 하니웰 회장 등 재계 인사들과 잇따라 만나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초청해 경제 정책에 대해 자문하는 모습을 연출한 것도 재계를 의식한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최근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 리더십 지지도가 최저수준으로 하락한 여론조사들이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지난 13일 발표된 워싱턴포스트와 ABC방송 공동여론조사에서는 미국민의 54%가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 리더십을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BS방송 여론조사에서는 40%만이 오바마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지지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