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지원 약속 ‘空수표’… 국제사회 53억 달러 중 2%만 지불 이행
입력 2010-07-15 22:36
아이티 대지진 참사가 발생한 지 반 년이 지났다. 그러나 아이티 재건을 돕겠다던 국제 사회의 지원 약속은 대부분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CNN방송은 14일(현지시간) 현재까지 지원금을 약속대로 완납한 나라는 브라질, 노르웨이, 호주, 에스토니아 4개국뿐이라고 보도했다. 프랑스와 콜롬비아는 약속의 일부만을 지켰다.
CNN이 입수한 유엔개발계획(UNDP), 아이티재건위원회 등의 기록에 따르면 지난 3월 유엔 긴급회의에서 각국은 53억 달러(약 6조3759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 지불된 금액은 약 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11억5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의회에 묶여 실행하지 못했다. 이보다 많은 13억2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한 베네수엘라도 약속을 전혀 이행하지 못했다.
UNDP에 따르면 3월 이후 현재까지 아이티에 지급된 지원금은 총 5억6000만 달러다. 이 중 약 4억7000만 달러는 지진 발생 이전에 약속했던 금액이거나 행정 조직을 재건하는 데 사용했다. 이재민 구호와 시설 복구에 쓴 돈은 약 9000만 달러에 불과했다.
세계은행(WB)의 파멜라 콕스 중남미 담당 부총재도 이날 세계은행이 관리하는 아이티 재건기금이 약 9800만 달러라고 밝혔다. 이는 지원을 약속한 53억 달러 중 WB가 관리하는 5억 달러의 19% 수준이다.
콕스 부총재는 “기금 지원이 각국의 예산처리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길면 2년 정도 걸릴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아이티 강진 1주년이 될 때까지는 약속을 지켜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유엔 아이티특사로 나선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각국 정부가 ‘경제 위기’를 구실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클린턴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각국 정부에 아이티 정부를 지원할 수 있도록 독촉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아이티는 지난 1월 발생한 규모 7.0의 강진으로 22만여명이 목숨을 잃고 30여만명이 부상했다. 주택 18만여 채와 주요 도로는 물론 대통령궁, 의회 및 정부 건물도 파괴됐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