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무원 부패 뺨치는 무사안일
입력 2010-07-15 17:43
복지부동, 적당주의, 무사안일…. 직업공무원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후진국을 빗댄 말이 아니다. G20 회의를 여는 한국의 공무원들이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이 15개 광역 및 기초자치단체, 7개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한 업무감사 결과 200건의 사례가 적발됐다. 행정방치·지연이 83건으로 가장 많았고 적당주의 42건, 선례답습 30건, 법규빙자 28건 순이었다.
데이터 상으로는 공직사회에 늘 존재하는 업무태만 정도로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납세자들 속이 뒤집힌다. 체납한 지방세를 냈는데도 압류를 풀어주지 않은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여기에 항의하는 민원인에게 “이제 풀어주면 될 것 아니냐”고 답하는 담당 공무원의 태도는 더욱 한심하다. 타인의 재산권 행사를 부당하게 막아 놓고도 잘못한 행위 자체를 모르는 것이다.
세금을 함부로 쓰는 사례도 여전했다. 한 지자체는 중앙정부의 치수계획이 수립됐는데도 중복되거나 상이한 생태하천 복원공사를 추진해 수십 억원의 공사비를 낭비하게 생겼다. 사망한 사람에게 변상금을 줄기차게 부과하거나, 공익목적으로 재산권이 제한된 토지 소유자에게 세금을 깎아줘야 하는데도 까먹은 공무원도 있었다.
공무원의 업무태도는 정부시책의 성패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대정부 신뢰감을 좌우하는 요소다. 더욱이 경쟁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태라면 강력한 외부감시가 있어야 조직의 건강성을 담보할 수 있다. 감사원은 특정 사례를 찾는 데서 나아가 공직 수행에 필요한 능력이나 자질이 부족한 공무원을 찾아내 교육 혹은 퇴출 압력으로 긴장감을 불어 넣어야 할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해법은 공직사회 스스로 변화의 길을 찾아내는 것이다. 국가의 녹을 먹고 행정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들이 조직 내부의 혁신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철저한 자기점검이 필요하다. 무사안일은 부패에 버금가는 사회악이다. 기둥 뒤에 숨어 지내는 공무원을 공직사회 스스로 용납하지 않을 때 국민 신뢰를 얻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