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김없는 권력남용, 구약에선 철저히 응징당했다

입력 2010-07-15 17:22


영포목우회와 선진국민연대 등 비선라인, 정두언 비망록, 여권의 권력암투, 총리실의 민간인 불법 사찰, 국정농단….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후반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 사이에서 불거진 국정농단과 권력투쟁 문제는 권력의 근원과 책임감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다. 성경은 고위 공무원과 정치인에게 철저한 섬김의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부자(父子)간에도 양보 않는 ‘권력’=성경에도 긴박한 권력투쟁과 불법 사찰, 권력 남용 등의 문제가 나온다. 아버지 다윗의 권력을 탈취하기 위해 암투를 벌인 압살롬, 페르시아 제국의 총리였던 다니엘을 시기해 사자굴에 넣었던 반대세력, 괘씸죄로 유다인 전체를 말살시키려 했던 하만 등이다.

압살롬은 아버지 다윗의 후궁들과 동침함으로써 부자지간의 혈육을 끊고 왕권을 장악했다는 것을 알리고자 했다(삼하 16:20∼22). 곧이어 왕궁에선 권력을 빼앗기 위해 목숨을 건 전략대결이 숨 가쁘게 전개된다. 압살롬의 책사 아히도벨은 1만2000명의 군사를 데리고 가서 다윗을 죽이자는 모략을 꾸몄지만, 다윗을 위해 거짓 투항했던 후사는 시간을 두고 대세를 보자며 반대 의견을 내놓는다. 결국 후사의 의견이 채택되고, 아히도벨은 반역이 실패할 것을 예견하고 고향으로 돌아가 목매 죽는다. 압살롬도 훗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삼하 17∼18장).

페르시아 제국의 소수민족이자 포로 출신이었던 다니엘은 탁월한 영성과 사회성, 정치력으로 다리오 왕의 신임을 받아 총리에 발탁되지만 이것을 시기한 다른 총리들과 고관들은 그를 몰아내기 위해 불법 사찰을 벌인다(단 6:4). 하지만 아무 것도 찾아내지 못한 반대세력은 다니엘이 하나님을 경배한다는 사실을 알아채고 ‘누구든지 30일간 왕 이외의 신이나 사람에게 기도하면 사자굴에 집어넣는다’는 정치적 모략을 짜낸다. 다니엘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에 행하던 대로 예루살렘을 향해 기도했고 결국 사자굴에 던져진다. 하지만 다니엘은 무사히 돌아왔고 반대세력이 오히려 죽음을 당한다(단 6:24).

아하수에로 왕의 총애를 입어 대신 중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하만은 권력을 남용한 대표적 사례다. 모르드개가 자신에게 절하지 않자 앙심을 품은 하만은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유다인들을 진멸하라’는 조서를 공포한다. 그리고 모르드개를 처형시키기 위한 교수대까지 만든다. 하지만 이 같은 음모는 ‘죽으면 죽으리라’는 심정으로 왕 앞에 나아간 에스더에 의해 내막이 밝혀지고 하만은 처형된다(에 6∼7장)

◇권력남용에 대한 성경적 입장은?=그렇다면 성경은 권력남용 문제에 대해 어떻게 답하고 있을까. “목소리를 높이지 아니하며”(사 42:2), “얼굴과 발을 가리며”(사 6:2)처럼 고위층에게 겸손함과 자신을 감추는 종의 모습을 주문하고 있다. 예수님도 ‘영의정과 좌의정’을 논하는 제자들에게 “너희 중에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종이 되어야 한다”(마 20:26∼27)며 섬김의 리더십을 말씀하셨다.

백승현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난 30년 역사에서 정부가 민간인을 사찰했을 때 어떤 결과가 발생하는지 알고 있으면서 불법사찰을 감행한 것은 역사의식과 공직자윤리, 민주시민의식이 그만큼 부족했다는 얘기”라며 “하나님 앞과 국민들로부터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관점만 갖고 있어도 권력암투와 같은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상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롬 13:1). 인간은 잠시 그것을 맡아 관리하는 품꾼, 청지기에 불과하다. 출범 당시 ‘섬김의 리더십’을 강조했던 이명박 정부는 권력이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선물이기에 언제라도 돌려드려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어떤 부자에게 청지기가 있는데 그가 주인의 소유를 낭비한다는 말이 그 주인에게 들린지라 주인이 그를 불러 이르되 내가 네게 대하여 들은 이 말이 어찌 됨이냐 네가 보던 일을 셈하라 청지기 직무를 계속하지 못하리라”(눅 16:1∼2)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