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왜곡돼 있는데 모두 거액 빚내 집 사”

입력 2010-07-15 17:34


‘하우스 푸어’ 펴낸 김재영 MBC PD

“가정을 꾸린 지 5년, 아파트를 장만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면서 문득 왜 이렇게 집에 집착하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왜 내가 아무것도 아닌 콘크리트 건물에 인생을 허비하는가, 하는 생각이요. 부동산 시장에 나온 정보들이 제대로 된 것일까 궁금했어요. 그 답을 풀고자 한국 사회의 부동산을 분석하게 됐지요.”

2009년 9월부터 지난 2월까지 4차례에 걸쳐 방송된 MBC ‘PD수첩’ 부동산 시리즈는 내 집을 갖지 못한 30대 가장의 고민에서 시작됐다. 김재영(38) PD는 거대한 부동산 시장으로 고민의 촉수를 뻗어갔다. 그 결과가 ‘판교, 그 욕망의 땅’ ‘강남 재건축의 욕망’ ‘재건축 늪에 빠진 사람들’ ‘2010, 아파트의 그늘’편이다.

15일 서울 여의도 MBC에서 만난 김 PD는 “방송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취재 때 모은 정보를 한 데 모아 다시 한번 정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된 ‘하우스 푸어(House Poor·더팩트출판사)’는 사회에 만연한 부동산 신화에 대한 심층 보고서다.

“2억원 빚을 끼고 집을 사요. 그리고 어마어마한 이자를 포함해서 엄청난 기회비용을 치르지요. 2억∼3억원씩 빚을 지고 집을 사도 집값이 오른다는 믿음 때문에요. 이자로 매달 150만∼200만원씩 내지만 집값이 금방 몇 천만원씩 뛰는 구조. 이건 은행돈으로 합법적으로 투기를 하는 거예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거지요?”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한 그는 꼼꼼하게 자료를 모으며 문제의 현상을 실증적으로 분석하는 데 주력했다. “은마아파트, 가락 시영아파트 등 특정 단지를 타깃 삼아 집중적으로 파헤쳤어요. 은마아파트의 4424가구, 판교의 900여가구의 등기부등본을 직접 떼서 이들이 부동산을 구입하는 양상을 알아봤지요.”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빚을 지고 집을 산 가구의 비중이 70% 내외 수준이었다. 이들은 ‘자기 집’에 살면서도 매달 은행에 거액의 돈을 지불해야 했다. 집을 임대해 사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가락 시영아파트는 조합원, 건설사 등 이해관계자들의 조정이 실패하면서 재건축이 중단된 상태였다. 김 PD는 “7000여가구가 재건축으로 인해 떼돈을 버는 신화 속에 젖어서 살고 있었다. 재건축 아파트가 그곳의 서민들에게 모두 이익을 주기에는 부동산 시장은 너무 왜곡돼 있다”라고 토로했다.

현재 회사 부근에서 전세로 살고 있다는 그는 묻는다. “집을 사지 말자는 게 아니에요. 우리가 감당할 수도 없는데 왜 무리해서 집을 사냐는 거지요. 우리가 ‘하우스’에 집착하는 사이 정작 지켜야 할 ‘홈’을 잃어버리는 게 아닐까요?”

글·사진=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