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다시 쓰는 역사

입력 2010-07-15 17:30


에스겔 1장 1절, 47장 1∼12절

에스겔서의 시대적 배경은 바벨론 포로시기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제사장 나라 백성으로서의 자부심이 가득했습니다. 스스로 역사의 주역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바벨론 포로생활은 이러한 그들의 자부심을 완전히 무너뜨렸습니다. 더 이상 그들은 주류가 아니었고 포로생활을 통해 그들은 세상에 영향을 주기는커녕 세상 문화에 여지없이 허물어졌습니다. 그래서 시편 137편에서 보는 것처럼 이들은 날마다 바벨론 강가에서 시온을 보며 울고 또 울었습니다. 에스겔서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 속에서 시작됩니다.

에스겔서의 기본적 관심은 ‘과연 우리가 회복할 수 있는가?’입니다. 이에 대한 에스겔의 대답이 47장 1∼12절에 기록된 것처럼 성전에서 흐르는 물이 점점 불어나 강을 거쳐서 바다로 흘러가는 이상(理想)입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1장 1절에 기록된 하늘이 열리는 이상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구약성경에서 “하늘이 열리고”라는 표현은 에스겔서에 단 한번 등장합니다. 하늘이 열렸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그것은 일차적으로 도무지 앞이 보이지 않는 그 순간에 하늘 문이 열린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하늘 문이 열려 희망의 빛이 임하였던 것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뜻이 고통의 현장 속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성경을 읽으면서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할 것은 성부 하나님의 사역이 창조와 관련되었고, 성자 예수님의 사역이 구속과 관련되

었다면, 성령의 사역은 회복과 관련되었다는 것입니다. 에스겔서가 “하늘 문이 열리고”로 시작함으로써 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47장은 물의 이미지를 사용합니다. 에스겔서는 서두에서 “하늘이 열리고”와 결론 부분에서 “성전에서 흐르는 물”의 메타포를 사용함으로써 회복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즉, 바벨론의 강가에서 희망을 상실한 채 살아가는 유대인들에게 “아직 끝은 아니다. 우리에겐 남은 기회가 있다”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이상이 에스겔에게 어떤 역할을 하는가를 발견합니다. 그것은 생각을 바꾸게 합니다. 이사야에 보면 ‘생소한 입술’과 ‘다른 방언’이라는 말이 나옵니다. 이전의 생각과 다른 생각, 이전의 언어와 다른 언어를 말하는 것입니다. 에스겔서의 배경에서 그 이전의 언어가 무엇입니까. 바벨론의 강가에서 울며 절규하던 실패, 좌절, 원망의 언어였습니다. 그런데 하늘이 열리는 것을 바라본 순간 소망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즉 좌절된 꿈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줍니다.

에스겔은 다른 세계에 살았던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 역시 동일한 좌절 속에서 살았습니다. 그도 불평과 원망 속에서 역사의 큰 흐름을 읽지 못하고 작은 것에 집착했습니다. 그러나 하늘이 열리는 것을 바라본 순간 지금까지 자기가 얼마나 부정적으로 살아왔는지 깨닫고, 바벨론의 강가에서 더 이상 울지 않기로 결심했습니다. 사람들을 찾아가 상한 마음을 치유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은 이 시대의 에스겔이 되어야 합니다. 어둠 속에서 방황하는 사람들에게,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회복이 이미 시작되었음을 선포합시다. 하나님의 역사는 작은 것에서 시작됩니다. 성전에서 흘러나오는 작은 물이 흘러 큰 물줄기가 되고, 결국 그 물줄기가 죽은 바다를 소성케 하는 것처럼 오늘 믿음 안에서 내렸던 작은 결단이 세상을 회복시킬 수 있음을 믿어야 합니다.

라영환 꿈누리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