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아침] 시험

입력 2010-07-15 17:42


요즘 학업성취도 평가 거부가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일부 교사들이 평가 대신 체험학습을 하겠다는데 학부모로서는 학업성취도 평가냐 체험학습이냐를 놓고 헷갈릴 따름이다.

유아교육계도 유치원을 평가하려는 교과부에 반대하는 쪽이 있다. 이 두 가지 일에는 ‘평가는 나쁜 것’이라는 공통적인 인식이 깔려 있다. 그러나 평가에 대한 개념이 문제이지 시험 자체를 나쁘게 봐서는 안 된다.

문제를 내고 채점해야 하는 선생님들도 시험이 싫다. 그러나 시험으로 평가를 하지 않는다면 열심히 공부한 학생들을 알아낼 수 없다. 나의 대학 시절 어느 대학 원로교수께서 학생들 답안지를 쌓아놓고 선풍기를 돌려 한쪽으로 모이는 것에는 A, 다른 쪽에 모이는 것에는 B와 C학점을 줘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낙제점수는 없었다. 그런데도 그 시험 당사자였던 학생들은 모두 불만스러워했다. 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은 억울해서, 노력 없이 좋은 성적을 받은 학생들은 민망해서 불평했다. “시험을 봐야 한다. 그래야 공정하다”는 것이 그 때 학생들의 결론이었다. 그 다음부터 그 교수님의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시험이 아무리 많아도 불평하지 않았다고 한다. 시험 제도가 가장 공정한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 모두가 시험의 진정한 의미를 잊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시험이 정당하게 평가하고자 하는 것은 학생의 노력 및 의지력이다. 어른들이 시험 결과만 가지고 논하면 학생들은 어느 새 모든 평가를 부정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특히 자녀를 키우는 부모는 평가에 대해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

신문에 공부 잘한 학생에 대한 기사가 나오면 “얘도 ○○학원 다녔을까?” “강남 사는 거 아냐?” 식의 부정적인 말 대신에 “열심히 노력했나보구나” “하고 싶은 게임도 참고 공부했겠군” 하며 노력을 인정해 주는 말을 해야 한다.

자녀가 좋은 성적을 받아 오면 “노력을 많이 했군. 애썼다” 라며 칭찬과 격려를 해주고, 아이의 시험 성적이 낮으면 “시험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알아보는 것이야. 틀린 건 그 내용을 더 공부하라는 뜻이지” 하며 격려해 주자. 그러면 아이는 성장하면서 시험 노이로제에 걸리지도 않고 자신의 노력 정도에 따라 나온 성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를 갖게 될 것이다. 또한 공부 잘하는 사람은 노력의 결과임을 인정해 주는 멋진 사람이 될 것이다.

물론 유치원 및 초·중·고교의 교육환경 개선을 위한 평가나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알아보기 위한 평가는 그 본래 취지에 맞게 마련되고 치러져야 한다. 그리고 교사와 학부모들이 아이들에게 평가의 의미를 올바르게 전달한다면 얼마든지 귀한 인적 자원이 다방면에서 제대로 길러질 수 있다. 즉, 평가 없이 질적 수준이 높은 교육은 기대하기 어렵다.

이원영(중앙대학교 유아교육과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