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지도부 개편] 이변없는 친이 잔치… 나경원 ‘全大 여왕’ 등극

입력 2010-07-14 21:48


계파의 벽은 높았고, 친이명박계는 힘이 셌다. 14일 개최된 한나라당 전당대회는 예상대로 친이계 후보들의 선전으로 끝이 났다.

친이계 안상수 후보는 대의원 투표에서 홍준표 후보를 694표 차로 여유 있게 따돌렸다. 선거 초반부터 당협위원장 120여명의 지지를 확보한 안 후보의 조직표는 단단했다. 홍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23.2%를 기록, 안 후보(20.3%)를 이겼지만 뒤집기엔 역부족이었다. 홍 후보는 개표 직후 소감에서 “역시 바람은 조직을 이기지 못한다”며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대중적 인기를 바탕으로 한 나경원 후보의 돌풍이 돋보였다. 나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23.9%로 깜짝 1위를 차지한 데 힘입어 종합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당내에선 나 후보가 뒤늦게 선거에 뛰어든 데다 조직 지지기반이 약해 여론조사에서 선전하더라도 결국 여성 몫 최고위원이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어느 때보다 친이계 내부 경쟁이 치열해 여성인 나 후보에게 표가 덜 갈 것이란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후보는 대의원으로부터도 상당한 표를 얻으며 자력 진출을 이뤄냈다.

‘국정농단 의혹’을 제기하며 친이계 내부 권력투쟁의 복판에 섰던 정두언 후보도 남경필 의원과의 후보단일화 등에 힘입어 약진했다. 정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7.3%밖에 얻지 못했지만 대의원 득표에서 3위를 기록하며 최종 합계에서 4위를 차지했다.

후보 단일화에 실패한 친박근혜계엔 뼈아픈 선거로 기록될 듯하다. 서병수 후보가 5등 턱걸이로 간신히 지도부에 입성했다. 이성헌 한선교 이혜훈 후보는 각각 6, 7, 8위를 차지했다. “단일화하지 않으면 친박계 후보 다 떨어진다”던 친박계 중진의 우려가 현실화된 것이다. 친박계 후보 4명의 대의원 득표수를 모두 합치면 4520표로 안 후보(3021표)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전 대표는 이날 귀빈석 대신 지역구 대의원들과 함께 단상 맞은편 관중석에 앉았다. 그는 전당대회가 끝난 뒤 대회장을 나서면서 “서 후보만 선출된 것이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초계파 쇄신 후보를 자처했던 초선 김성식 후보도 여론조사와 대의원 양쪽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하며 계파의 벽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