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민영화’ 급물살 탔다… 금융권-정부, 일정 등 막판 조율
입력 2010-07-14 21:18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급물살을 탔다. 금융당국은 이르면 이번 주말 민영화 방안을 확정·발표할 예정이다. 2001년 4월 정부 지분 100%로 지주회사가 설립된 뒤 9년 만이다.
논란의 핵심인 예금보험공사 지분이 들어간 우리금융지주 지분 매각 방식으로는 인수 회사에 일임하는 방안이 유력하며,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은 예상대로 분리 매각된다. 우리금융그룹은 공적자금 12조8000억원이 들어간 초대형 금융그룹이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지주 지분 56.9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 수석-진 위원장 최종 조율=14일 금융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진동수 금융위원장과 최중경 청와대 경제수석비서관은 지난 13일 저녁 서울시내 모처에서 만났다. 진 위원장과 최 수석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발표 일정, 민영화 방식 등을 최종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진 위원장과 최 수석이 만났다는 자체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본궤도에 올랐음을 암시한다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두 사람이 되도록 빨리 민영화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민영화 방식이나 시기를 놓고 미묘한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르면 이번 주말에 민영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금융위는 지난달 말까지 민영화 방안을 내놓기로 했지만 ‘정부 내부’에서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가능성 등 국제 금융시장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연기했다. 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달 중순 이후 논의를 재개해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겠다고 밝혔었다.
금융위 안팎에서도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논의가 막판 조율 과정에 들어갔음을 보여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최근 민영화 방안 논의를 재개했다. 체코 출장을 마치고 귀국한 민상기 공자위 공동위원장은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접촉하고 있다.
◇우리금융 지분 매각 방식은 인수 회사에 일임=민영화 방식으로는 우리금융지주가 거느린 지방은행(경남·광주은행)을 분리 매각해 덩치를 줄인 뒤 시장에 내놓는 방안이 유력하다. 우리투자증권 등 주력 계열사는 그대로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예보가 보유한 우리금융지주 지분 56.97%를 일괄 매각할지, 분할매각할지는 확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인수전에 참여하는 회사가 인수방법까지 제안하도록 한 뒤 가장 유리한 방안을 제안한 회사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만약 예보 지분을 일괄 매입하겠다는 제안이 없다면 지분 일부 매입안 가운데 인수가격을 가장 높게 쓴 곳을 우선협상자로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를 가장 강력한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막대한 인수자금, 정부에서 원하는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육성 등 여러 조건을 고려할 때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싸움이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이 합치면 자산 600조원이 넘는다. 하나금융과 합치면 자산 500조원에 육박한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