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 사회적 합의] 의료·기독교계 “대리의사 인정 땐 부작용 우려”
입력 2010-07-14 21:40
14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무의미한 연명 치료 중단 제도화를 위한 사회적 합의안’에 대해 의료계는 대체적으로 환영하는 입장이지만, 일부 조항에 대해 합의를 이루지 못한 것에는 ‘2% 부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에 합의된 내용을 보면 그동안 의료계가 마련했던 연명치료 중단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는 지난해 10월 ‘연명치료 중지에 관한 지침’을 만들어 각 의료기관에 통보했다.
일선 병원들은 이 지침을 모태로 ‘연명 치료 중단’에 대한 자체 기준을 만들어 실행해 오고 있다. 하지만 법제화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 적용에는 매우 신중을 기해 왔다. 때문에 이번에 연명 치료 중단 대상 및 범위, 사전의료의향서 작성 절차 및 의사결정기구 등 일부 조항에 합의를 이뤄 낸 것은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직접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말기 환자 등 자발적 의사결정이 곤란한 경우 환자의 평소 언행 추정 및 대리에 의한 의사 표시 인정 문제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쉬움과 함께 우려를 표시했다. 실제 일선 병원에서는 환자 스스로 결정할 수 없을 정도로 상태가 악화됐을 경우 가족 동의 등을 통해 연명 치료 중단 서약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 고윤석 중환자실장은 “말기 환자에게 직접 사전의료의향서를 받는 게 가장 맞지만 우리 사회 문화에서 ‘나’는 가족 속에서의 나”라며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의료진과 가족이 협의해 연명치료를 해왔다”고 말했다. 또 “우리 사회가 죽음에 대한 교육이 충분해져 본인 결정권에 대한 요구가 분명해질 때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며 “대리인이 연명치료 중단을 결정하지 못하도록 법으로 만들면 의료현장에서 그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기독교계인 안양샘 여성병원 최현일 원장은 “추정 및 대리에 의한 의사 표시 인정 문제는 경제적 이유로 인한 부작용 등이 생길 우려도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리더라도 좀 더 충분한 논의를 거쳐 합의에 도달하도록 하는 것이 생명 존중과 사회의 건강성 유지를 위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