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치료 중단 사회적 합의] 일부 미합의… 추정·환자 대리인 의사 인정 종교계 반대 거세 불발

입력 2010-07-14 18:39

말기 환자가 의식을 잃기 전에 명백한 의사를 나타내지 않았을 경우 연명치료 중단을 허용해야 하느냐를 놓고는 격론 속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기독교를 비롯한 종교계의 반대가 거셌다.

의료·법조계는 직접적인 의사표시가 불가능한 말기환자의 경우 가족 또는 대리인이 대신 의사를 표시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환자의 평소 언행에서 연명치료 중단 의사를 추정해 인정하자는 것이다. ‘김 할머니 사건’에서 대법원은 가족의 진술을 바탕으로 평소 김 할머니가 연명 치료 중단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고 인정했다.

보건복지부 김강립 보건산업정책국장은 “대법원 판례가 입법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참고가 될 것”이라며 가족·대리인에 의한 의사표시 허용에 무게를 뒀다. 대다수 위원도 병원윤리위원회의 확인절차를 전제로 허용 의사를 나타냈다. 하지만 기독교계 추천을 받은 이상원 총신대 교수를 비롯한 위원 3명이 반대의견을 고수했다.

이 교수는 “전문의들의 환자 상태 판단에도 불확실성이 내재돼 있다”며 “(김 할머니 사건에서) 대법원은 인공호흡기를 떼면 열흘 이내에 환자가 숨질 것이라는 판단을 갖고 판결했지만 환자는 상당히 오랫동안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인간의 절대적 가치인 생명권을 사회적 합의라는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단지 경제적 부담을 이유로 환자의 뜻과 상관없이 죽음만 앞당길 수 있다는 우려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법조계 위원인 신현호 변호사는 “대법원에서 판례로 인정했기 때문에 사회적 기속력이 있다”며 “가족·대리인의 의사 표시를 인정해왔고 세계 각국에서 인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복지부는 이번 협의된 내용을 국회로 보내 향후 입법과정에 참고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침범할 수 없는 권리로서의 생명권’과 ‘고통 없이 삶을 마감할 수 있는 권리’가 대립하는 사안이어서 입법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선정수 기자 j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