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강사에 야유… 정신 못차린 양천署
입력 2010-07-14 21:17
서울 양천경찰서가 피의자 가혹행위 재발 방지를 위해 개최한 자정결의대회에서 참석 경찰관들이 강사에게 야유를 보내고 빈정대는 등 추태를 보인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은 “지난 8일 양천서에서 인권 특강을 하는데, 한 직원이 ‘당신이 고문하는 것을 봤냐’고 큰소리로 항의했고 여러 명이 손뼉을 치며 호응했다”고 14일 말했다.
이어 “이런 식이면 강의를 계속하기 어렵다고 하자 ‘그러면 나가라’고 했다”며 “(경찰관들이) 전혀 반성하는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오 국장은 “일부 직원이 ‘왜 남의 기관에 와서 고문이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쓰느냐, 고문이 아니라 그냥 가혹행위다’라고 주장하자 여기저기서 ‘맞다’며 맞장구를 치기도 했다”고 전했다.
오 국장은 경찰관들의 냉소에 강연을 중단하고 강당 뒤쪽 출입문까지 나갔다가 다른 직원의 만류로 다시 강의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직원들 다수는 강의 중단 소식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오 국장은 “검찰과 국가인권위원회, 언론, 시민 모두가 양천서 경찰관들의 가혹행위를 ‘고문’이라고 생각하는데 정작 경찰만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일회성 인권 교육으로 경찰의 인식이 개선될 것 같지 않다”고 비판했다. 양천서는 7일과 8일 자정결의대회를 열었고, 둘째 날 강의는 간부 없이 직원들만 참석했다.
양천서 이재열 서장은 “의견은 다를 수 있고 누구나 자기 의견을 말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자연스럽게 의견 개진을 한 상황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최승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