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준 국무차장, 버티기 모드… “야인생활할 때 내 전화도 안받더라”

입력 2010-07-14 18:04

야당으로부터 국정 농단 사건의 핵심으로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이 ‘버티기’ 모드를 계속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절박한 심경이 있다는 분석이다.

박 차장은 경북 칠곡으로 고향이 같은 박인주씨가 청와대 사회통합수석에 임명되자 “그럼 이번에는 ‘칠곡 라인’이냐?”라고 말했다고 박 차장 측근이 14일 전했다. 이번 인사에 자신이 간여하지 않은 것처럼 영포(목우)회 인사 기용도 자신의 작품이 아니라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셈이다.

박 차장은 지난해 1월 국무총리실로 복귀한 뒤 주변 인사들에게 “지난번 야인생활할 때 (권력 실세들이) 내 전화도 안 받더라”고 수차례 언급했다고 한다. 박 차장은 2008년 6월 한나라당 정두언 의원으로부터 ‘권력사유화의 핵심’으로 지목당한 뒤 7개월간 야인생활을 했다. 이 때문에 박 차장이 대안 없이 무작정 물러나는 실수를 두 번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차장은 현실적으로 현 자리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 조만간 있을 차관 인사 때 다른 부처 차관으로 옮겨 가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진국민연대를 전국적 조직으로 키워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공신 역할을 한 만큼 ‘명예로운 퇴로’를 열어 달라는 것이다. 하지만 박 차장이 차관급으로 자리를 수평이동한다면 청와대의 국정쇄신 카드가 희석될 수밖에 없다.

변수는 전날 귀국한 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이다. 이 이원이 10년간 보좌관으로 자신을 보필한 박 차장 감싸기에 나설 경우 추락 직전인 박 차장의 입지가 달라질 수도 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